간호법 제정과 공동선(共同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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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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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공동선(common good, 共同善)을 실현하기 위한 규범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이성적 판단에 의한 자유로운 합의를 바탕으로 제정되지만, 구속력을 지닌 국가권력에 의해 실행된다. 칸트에 따르면 법은 “행위자들의 자유의지가 외적으로 상호 공존하도록 하는 조건의 총체”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를 외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 되지만, 결국 공동선을 위해 시민들의 자유의지를 상호 제약함으로써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간호는 인류의 시초 이래로 좋은 삶을 위한 기예로서 존속해 왔으며 동시에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전문적 직업 활동으로 발전해 왔다. 간호는 본래 병든 자, 가난한 자,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조직적으로 돌봄을 실천해 본 도덕적 전통을 이어왔다. 오늘날 간호는 국가의 제도권 내의 의료기관 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전문적 직업과의 협동적 관계 속에서 치유와 건강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전문적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간호는 매우 복합적이며 포괄적인 실천적 행위이기 때문에 간호사는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숙련된 기술은 물론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과 도덕적 품성 등을 사회적 제도권 내에서 갖추어야 한다.

간호법이란 무엇인가? 간호법의 제정 목적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도모,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간호법이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국가가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건강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질병예방과 만성질환노인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간호 수요는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간호업무의 범위도 의료기관뿐 아니라 보건소, 장기요양기관, 학교, 노인복지시설, 산업체 등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게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정 당시(1951)에 비해 간호 인력이 비약적으로 성장과 발전을 했지만 교육과정과 업무범위가 서로 다른 간호사 및 간호 보조 인력에 대한 별도의 법률이 아직까지도 부재하다. 현재의 의료법은 시대의 변화에 멈추어 있고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간호의 세부적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다양한 간호업무내용이 담긴 간호 관련 법령이 11개 부처 90여개에 걸쳐 산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 명시되지 못한 간호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체계화하고, 산재된 간호 관련 법령의 기본이 되는 기준법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간호법은 환자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에 대한 업무 범위를 별도로 설정해 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이 담아내지 못한 실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간호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들, 즉 임상활동 간호사 부족, 지역별 의료기관 종별 간호사의 불균형 등을 해결하기 위한 간호사 육성이나 지원 등의 대책 마련과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간호법은 간호사 등(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보조인력)이 전문성과 경험과 양심에 따라 최적의 간호를 할 권리와 전문적 능력 개발과 향상에 대한 책무, 그리고 모든 간호 제공자의 인권침해 금지 등에 대한 조항을 내포한다. 간호법은 특히 팬데믹과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간호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우수한 간호 인력 수급, 근로 환경에 대한 안정적인 보장 등을 명시하고 있다.

간호는 공동체의 공동선의 실현을 위한 도덕적 전통을 이어왔다. 간호법은 간호의 보편적 가치와 시대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영역으로 전문화된 간호수행을 위한 법이다. 간호법은 결코 간호사만의 권리 증진이나 영역 확대를 위한 법이 아니다. 간호법의 시행은 진료나 간호 및 간호 보조 등의 고유한 업무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오히려 서로의 업무의 침해가 없는 수평적인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공공선 증진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간호사윤리강령 제14조에서 간호사는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동료 의료인이나 간호 관련 종사자와의 상호 협력을 통해 간호 대상자 및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은 모든 국민의 건강증진과 환자안전에 기여하는 법률로서 사회적 공동선을 지향하는 간호의 실천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공병혜 조선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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