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들 교량 수량만큼 성장… 포항·경북 미래를 잇는 영일만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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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도시들 교량 수량만큼 성장… 포항·경북 미래를 잇는 영일만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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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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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일만대교인가
이강덕 시장 다각적인 노력결과
영일만대교 건설 ‘장밋빛’
대통령의 건설 의지 더욱 강해
내년 정부 예산에 설계비 반영
포항·경북의 랜드마크이자
역사적인 상징물로 기록될 것
영일만대교 조감도(가안)






교량은 더 나은 차원으로 연결하는 건축물

고대부터 교량(橋梁)은 인간이 건널 수 없는 곳을 연결하게 하는 건축물로 여겼다. 속(俗)의 세계와 성(聖)의 세계를 잇는 매개체이자 두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 시설이다. 사회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W. Turner)는 이러한 경계를 가리켜 문지방을 의미하는 리멘(limen) 즉, 리미날리티(liminality)라 하였다. 문지방 위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다. 성의 세계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속의 세계로 되돌아갈 것인지를 정신적, 물질적, 공간적 선택이 이뤄져야 하는 경계다. 이처럼 교량이 의미하는 상징성만큼이나 가교(架橋)는 권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프리츠 그라프(Fritz Graf) 교수는 “고대부터 다리는 속세에서 천국으로 가는 통로로 상징되었다.”라고 말하면서 오늘날 로마에 남아있는 교량들 대부분이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도 국가와 종교적 권위를 드러내는 신성한 상징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라프의 이 같은 주장은 교량의 어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교량의 어원은 라틴어 폰티(ponti)와 ‘만들다’를 의미하는 펙스(fex)의 합성어인 폰티펙스(pontifex)는 본래 제사장을 뜻하지만, 로마시대에 들어와서는 폰티펙스 맥시무스(pontifex maximus)로 표현하면서 ‘다리를 놓는 사람’ 즉, 교황(敎皇)을 의미하게 된다, 넓은 의미에서 교량은 신성한 세계의 권위자가 구원을 위해 천국의 문을 여는 것이며, 막강한 국가의 권력자가 외부세계로 네트워크를 확장시켜 나아가는 의지의 진행형이다. 그런 점에서 정신적으로는 더 높은 차원을 지향하고, 물질적으로는 더 넓은 세계를 지향한다.



세계는 교량 건축 기술만큼 성장했다

인간이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오늘날 교량은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랜 농경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에게 자연은 거스를 수 없는 신격으로 숭배됐다. 서양에서는 태초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한 대지의 여신 가이야(Gaia)를 모든 신들의 어머니이자 만물의 어머니라 여겼다. 인간은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를 경작하며 섭리에 따라 씨앗을 뿌려 수확한 곡물이 많든 적든 주는 대로 감사했다. 이러한 자연사상은 동양에도 나타나는데 노자는『老子』에서 천지 만물의 어머니를 하나로 표현하고 태초에 모든 탄생은 이 하나에서 시작돼 둘과 셋이 나왔다고 말한다.

경작하던 인간은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의 출현으로 사유하는 인간, 성찰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여기서 촉발된 18세기 산업화는 의식 대전환의 결과물들이다. 자연의 지위는 대지의 여신에서 지배와 개척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신격 또한 박탈되기에 이른다.

근대 인간의 숙명을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동물은 노동하고, 인간은 제작한다(Animal laborans, Homo faber)”라는 말로 정의한다. 경작 인간이 제작 인간(Homo Faber)으로 거듭난 것이다. 인간의 제작본능으로 탄생한 증기기관은 산업 곳곳에서 혁명을 추동해 갔다. 증기기관은 저비용, 고 효율성을 갖춘 충직한 노예이자 자본주의 경제에 가장 적합한 발명품이었다. 마차와 수레의 운송능력을 단숨에 능가하면서 먼 도시까지 저렴한 상품을 신속하게 운송하며 근대기 교통 인프라의 혁신을 이끌었다. 그중에도 교량 건설기술은 지금껏 인간이 보유한 가장 기술집약적인 건축물로 인식되었다. 세계 만국박람회를 준비하던 프랑스는 영국의 수정궁을 능가하는 건축물을 계획하며 수평적 면적을 뛰어넘는 수직적 건축물을 세계 최초 가장 높은 건축을 시도한다. 이렇게 탄생한 만국박람회의 출입 구조물인 에펠탑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최고의 기술로 인증받는다. 에펠탑이 교량 건축가 에펠에 의해 건축되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당시 교량 건축은 가장 첨단화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인식됐음을 알 수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은 물론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의 여러 마천루(skyscraper)에도 교량 건설 기술이 응용되었다. 교량 건설은 인간의 기술적 한계를 실험하며 세계 곳곳에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건설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 어디든 연결할 수 있고, 인간이 갈 수 없는 길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와 연결되지 않는 길은 잊혀진다

오늘날 교량의 가치는 단순히 차량의 통행량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섬과 섬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확장시키고, 끊어질 길을 이어 교통이 가능하게 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 중요한 의미를 둔다. 대륙과 국가와 도시 간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 인류 문명사 중심에는 길이 있었고, 새로운 문화는 언제나 길을 통해 들어왔다. 그리스의 동방원정으로 탄생한 헬레니즘이 동서를 연결한 길에서 만들어졌으며 로마가 그토록 도로와 교량 건설에 집착했던 이유도 외부세계로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교량은 그저 건너기 위해서 만드는 구조물이 아니다.

국토의 70%가 산이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개항기만 해도 제대로 된 도로 하나 없어 그야말로 교통 불모지였다. 국민생산량이 자급자족하기에도 부족했던 터라 도로 건설은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문제로 주목받지 못했다. 교역을 위해 항구는 열었지만 도로 대부분이 포장조차 되지 않아 비가 조금만 내려도 우마차가 다닐 수 없었다. 길이 좁아 수레 한 대가 겨우 지나가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길 밖으로 밀려나야 했다. 조선에 여행하러 온 많은 외국인이 육로보다 나룻배를 주로 이용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당시 도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공학저널>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 노선은 약 5천km다. 그 속에는 터널이 1천 개가 넘고, 교량이 1만여 개다. 이는 전체 노선에서 절반 이상이 교량이 차지하고 있어 국토 대부분이 교량을 건설하지 않고는 사실상 접근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영일만대교는 미래를 잇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

영일만대교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포항시가 최근 기획재정부 예산심사에서 2023년 영일만대교 건설 설계비 20억 원을 확보했다. 이번에 확보한 정부예산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임시예산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서 정부의 본예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사업 추진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과 동해안의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건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해안 지역의 숙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영일만대교를 경북 유일의 랜드마크인 명품 교량으로 건립해 포항을 넘어 경북의 경제, 물류, 관광을 이끄는 역사적 상징물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일만대교는 해상교량 9km와 육상구간 9km를 포함해 총 길이 18km로 동해고속도로 포항에서 영덕 구간에 포함되어 전체 구간을 교량으로 건설하게 되면 약 2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영일만대교의 필요성은 자명한 현실이다. 포항은 도시 중앙을 바다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견 도시와 산업도시들을 비교했을 때 포항은 교량이 턱없이 부족한 도시에 속한다. 포항의 도시 형태는 해안선 따라 건축물이 들어서 있어 길쭉한 오이 모양을 하고 있다. 도시공학과 도시 디자인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형태를 가진 도시는 구조적으로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가장 비효율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계획도시를 살펴보면 도시의 중앙에 모든 공공시설이 집중되어 구조적 기능적 측면에서 안정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의 계획도시이자 수도인 브라질리아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라질리아는 세계에서 역사가 가장 짧은 도시다. 가장 늦게 만들어진 도시지만 도시의 형태는 계란형을 띄며 모든 교통인프라는 중심을 향해 마치 과녁처럼 집중되어 있다.

영화 배트맨에서 범죄도시로 표현된 고담시의 배경이 뉴욕이다. 뉴욕의 도시 형태는 포항과 정반대 모습을 하고 있다. 포항이 바다를 가운데 두고 도시가 바다를 감싼 형태라면, 뉴욕은 바다와 강이 도시 전체를 에워싸고 있다. 뉴욕은 5개의 구와 4개의 섬으로 된 도시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세계의 수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미 대륙과 4개의 섬을 연결하는 2,000여 개의 터널과 교량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교량들은 그 자체로도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해양 도시들은 교통의 차원을 넘어 도시의 상징으로서 아름다운 교량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영일만대교가 없는 현재 포항의 도시 형태는 노른자가 빠진 삶은 달걀과 닮았다. 천혜의 해양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동안 보존에만 힘써왔다. 포항이 환동해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일만대교가 끊어진 길을 잇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

국가와 도시의 힘은 교량에서 나온다. 교량의 수량만큼 성장 가능성도 확장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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