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이중구조 해소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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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이중구조 해소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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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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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국가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들을 해제 또는 완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지하였으며 10월부터는 국내 입국 관련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도 해제된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보고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가져올 파장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보건’ 위기의 끝이 보이는 듯하지만,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충격의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는 국가나 사회 시스템의 강점과 취약성을 드러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사회안전망 이중구조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봉쇄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안전망의 기본 틀은 김대중 정부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붕괴한 사회경제시스템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구축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지역과 직업으로 쪼개져 있던 의료보험을 단일의 건강보험으로 통합하고 국민연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였다. 분절화되어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 사회보험을 보편적 제도로 통합하고 확대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보험의 보편화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진행되었다. 확대된 사회보험의 혜택을 누리려면 안정적으로 기여금을 지급할 수 있는 노동시장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 이후의 노동시장 구조는 기여금 지급이 가능한 안정적 고용의 비중을 축소시켰다. 정기적으로 사회보험료 지급이 가능한 계층이 대체로 안정적 고용을 보장받는 정규직 임금노동자로 한정되는 상황에서 사회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한 결과 노동시장 이중성에 따른 경제적 격차는 사회보험 영역에서 확대되는 역설적 결과가 초래되었다. 인하대 윤홍식 교수는 실업, 질병, 노령 등 사회적 위험에 대응해 제도화된 복지정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소득을 보장받는 계층에게 집중되는 한국 복지체제의 모순을 복지의 ‘역진적 선별성’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이중구조 또는 역진적 선별성의 문제는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 구인회 교수팀이 행정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18~59세 인구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66.2%에 불과하였는데 이는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다. 특히 소득 하위 20%의 가입률은 51.7%로 상위 20%에 비해 17%p 낮을 뿐 아니라 평균 가입기간은 81개월로 수급자격인 120개월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하였다(한겨레 신문, 2022년 6월 6일자 보도). 같은 해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 2740만명 가운데 약 절반만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실직과 노령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국민의 절반만을 수혜대상으로 하는 반쪽의 안전망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주춧돌로 삼는 한국 공적 복지제도가 국가적 위기 대응에 갖는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응답자의 18.6%가 실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중 정규직이 7.2%임에 비해 비정규직은 35.8%에 달하였으며 저임금노동자 40.5%, 고임금노동자 3.8%로 임금 수준에 따라서도 코로나의 고통은 차별화되었다(노컷뉴스, 2021년 3월 29일자 보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 집중되어 발생한 것이다.

지난 해 실시간 소득파악 제도(RTI, Real Time Information)가 시행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이다.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은 소득기반 고용보험과 재난 지원금 등 복지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용근로자 등의 소득자료 제출주기를 기존의 연·반기·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단축하여 매월 수집하는 제도이다. 국세청은 최근 제도 시행 후 1년간 건설현장의 일용근로자, 방문판매원 등 비정형 근로자 670만 명에 대한 소득자료를 매월 수집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발표하였다. 이 시스템은 당초 ‘소득기반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고용이 일정하지 않은 일용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월 단위 소득자료 파악 시스템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소득기반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는 복지 이중구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해법이었다. 다만, 이 제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실시간 소득파악을 고용보험만이 아닌 소득 기반의 포괄적 사회보장제도로 확산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 사각지대는 고용보험뿐만 아니라 노령연금이나 사회서비스 영역에서도 해소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연금 개혁, 다양한 사회부조와 사회서비스를 활용하는 맞춤형 처방을 주장한다. 연금이나 고용보험기금 등 재원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며 구체적 재원조달계획이 없는 복지의 확대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승계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국정과제에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어떤 방향이 되었든 팬데믹으로 확인된 사회보험 이중구조의 문제를 덮어두고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어렵다. 5년의 시간은 길지 않다. 국회 차원의 연금개혁 추진과 함께 고용보험 부문에서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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