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과 세월호 참사
  • 이진수기자
이태원과 세월호 참사
  • 이진수기자
  • 승인 2022.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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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 참사는 후진국형
인재로 안타까움 더해 이들 사고는
인지부족·초동대처 미흡이 원인
국가는 국민안전 무한책임 져야
정부의 “재발 방지 최선 다하겠다”
의례적인 말 이번이 마지막이길
꽃다운 청춘들이 한순간에 숨지는 대형 참사가 또 발생했습니다.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시민들이 수많은 인파에 밀려 압사당해 무려 156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희생자는 대부분 젊은이들입니다. 8년 전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304명의 고등학생과 시민이 숨진 악몽을 떠올리면서 이 같은 대형 참사가 왜 일어나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선 이태원과 세월호 참사의 공통점은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인지 부족과 초동대처의 미흡입니다.

세월호는 화물 과적, 무리한 선체 증축 등이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이나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완전 침몰될 때 까지 상당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 사고 해역에 출동한 해경은 침몰해가는 여객선 주위를 어물쩡 거리는 등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경은 초동 대응에 실패했고, 정부는 허둥되기만 하는 사이에 세월호는 완전 침몰되면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 고교생들과 시민 등 304명은 차디찬 깊은 바다에 가라 앉았습니다.

이태원은 좁고 경사진 도로에 인근 해밀턴호텔의 불법 증축과 도로 곳곳의 불법 주정차 등으로 사태를 더 키웠습니다.

본격적인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10만여 명의 인파에 따른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10여 건이나 경찰에 접수됐으며, 심지어 사고 발생 1시간 30분 전에는 사람이 쓰려졌다는 내용까지 신고됐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서울시, 용산구청 등 관계 당국은 상황을 방치했고 결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다음은 대형 참사에도 불구 사태의 심각성 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한심한 모습입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에서 머리를 올리느라 사고 발생 7시간 지나서야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은 “다들 구명조끼 입었다는데 그렇게 찾기 어렵습니까”라는 한가한 소리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습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나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은 “사고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듯한 원론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세월호 참사 훨씬 이전이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도 들어야만 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 당국의 이런 사과와 그렇게 자신 있게 강조하는 재발 방지 대책 발언이 한낱 공염불임에 불구하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 그렇게 슬그머니 넘어가게 됩니다.

사고에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말입니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형 참사에 따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는 국민 안전에 무한책임이 있습니다.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해줄 의지와 능력이 안되는 국가는 국가라 할 수 없습니다.

9월 6일 포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폭우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물론 지역 곳곳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 지진, 폭우 등은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이나,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는 우리가 외신으로 보고 듣던 후진국형 사고로 엄연한 ‘인재’입니다.

후진국형 인재가 세계 10위권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바다와 땅에서 발생한 것에 국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황망함과 ‘국가가, 우리가 이것 밖에 안되냐’며 심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또한 국가의 사고인지 부족과 초동대처 미흡으로 빚어진 인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이제는 사회적 위험의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완벽한 안전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추모의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여객선이나 비행기, 기차, 자가용으로 여행을 가고, 지역 곳곳에는 사시사철 축제와 공연이 열립니다.

그게 우리들의 일상인 것입니다.

국가에 당부 드립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는 형식적이며 의례적인 발언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2014년 사월의 봄 진도 바다에서, 2022년 시월의 가을 서울 이태원에서 안타깝게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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