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요즘 관료인 장관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일까?
물론 신언서판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지금 드는 생각은 이 4가지 외에도 공감능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암기력이 좋은, 즉 IQ(Intellence Quotient, 지능지수)가 좋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IQ보다는 공감능력인 EQ(Emotional Quotient, 감성지수)가 더 필요한 시대이다. EQ는 SQ(Social Quotient, 사회성지수)와 연결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상대의 마음을 먼저 배려하고 아픔을 이해하려는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이 장관이 사고 관련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가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선동이란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더 부채질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발언했다. 행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무장관의 발언이라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발언이다.
당장 국민의힘 내에서 이 장관 사과와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오전 MBN과의 인터뷰에서 “추모의 시간에 맞는 발언을 했어야 하는데 발언은 오히려 추모의 시간을 갖는데 방해가 되는 발언”이라며 대국민 사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장관부터 당장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는 이 장관의 정무적 판단 미흡을 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정무 감각 부재보다는 공감능력 부재라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공감능력은 관료를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도둑 맞은 사람에게 ‘열 포졸이 도둑 하나를 못 막는다’는 옛말을 이야기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공감능력 제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개에게 물린 사람은 반나절 만에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뱀에게 물린 사람은 3일 만에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람의 말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중이다”(지성인의 언어, p.50)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발언 논란에 대해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의 한계로 이번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설령 이 장관의 발언이 틀린 말이 아닐지라도 과연 150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 참사에 내뱉을 언사는 아니다. 잔인한 솔직함은 공감능력 제로의 또다른 표현이다.
장관은 EQ, SQ외에도 CQ(Charisma Quotient, 카리스마지수)가 높아야 한다. 카리스마지수란 타인에 대한 흡인력과 공동체 내의 신뢰감, 지도력 등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신뢰감과 전문적 식견을 갖추었으며, 타인의 동참을 설득할 수 있을 것 등이다.
여당 내부에서 이 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파면 요구가 나왔다는 것은 이 장관의 카리스마지수가 폭락했음을 시사한다. 신뢰감과 지도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올바른 장관직 수행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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