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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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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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오락프로 중에 입술만 보고 말을 알아맞히는 게임이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귀마개를 한 대여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출제된 낱말이나 문장을 제일 첫 번째 사람이 귀를 막은 다음 사람에게 입술모양새를 크게 지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쳐 전달하면 다음 사람은 또 그 다음 사람에게 릴레이하는 게임이다. 대개 첫 단계에서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일쑤고 마지막에는 포복절도할 엉뚱한 말로 변해버리고 만다. `사랑’이 `사장’을 거쳐서 나중엔 `새참’으로 마무리되는 것 따위다.
 입술 모양새를 보고 무슨 말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이 목하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TV오락프로그램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 영웅 프랑스 지네딘 지단이 받은 월드컵 파이날 게임에서의 레드카드 관련 이야기다. 지단은 왜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막바지에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에 박치기를 하여 퇴장카드를 받았는가. 영예로운 은퇴경기에서 왜 그답지 않게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던가.
 세간의 입방아는 마테라치가 모욕적인 말로 지단의 격분을 불렀다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에 기상천외하게도 입술모양으로 내뱉은 말을 유추하는 이른바 독순술(讀脣術)이 등장하고 있다. 무언가 마테라치가 지단을 향해 말을 한 건 분명한데 당사자 둘이 그 말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자 세계의 언론들은 마테라치의 입술 움직임을 담은 필름으로 말의 내용을 알아내려고 온갖 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어떤 전문가(?)는 지단더러 `테러리스트 매춘부의 아들’이라고 했다는 입술모양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두 번이나 지단의 여동생을 매춘부라고 부르는 입술이 포착되었다고도 주장한다. 마치 우리나라 TV 게임에서처럼 분석이 제각각이다. FIFA가 진상조사를 할거라는 데, 그리하여 지단의 격분을 불러온 마테라치의 심한 모독이 인정된다 한들 지단에게 주어진 사람들의 실망을 깨끗이 가시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살이 편하려면 모욕을 당하고도 그저 참아야만 하는 우리네 인생의 슬프도록 환장할 현실을 여기서도 본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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