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회복 탄력성
  • 이진수기자
우리 사회의 회복 탄력성
  • 이진수기자
  • 승인 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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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자연재해와 인재 속출
위험사회에 ‘회복 탄력성’ 중요
포스코 태풍 피해 복구 2∼3년
예상 깨고 곧 완전체 정상조업
포항시 적극 복구로 주민 일상생활
국가 회복 탄력성보다 훨씬 높아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태풍 폭우 가뭄 한파 대형산불 지진 등 자연재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3년 전 발생한 코로나19는 전세계를 휩쓸고 다녔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태풍 ‘이언’이 9월 말 미국 플로리다주를 덮쳐 주민 100여 명이나 숨졌으니 그 피해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위험사회에서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 경북 경주, 이듬해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남의 나라의 일로만 생각한 지진이 우리 앞에 출현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지진으로 경제적 피해는 물론 심리적 불안감도 상당했다.

올해 3월 초 울진 산불은 금수강산을 잿더미로 만들어 화마의 참상을 실감케 했다.

8월 서울에 이어 9월 6일 포항에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 ‘힌남노’다.

난공불락의 거대한 성곽과도 같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그날 야습을 틈타 기습적으로 밀려오는 폭우에 손 한번 쓰지 못했다. 대형 공장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마치 강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1968년 창립돼 1973년 첫 쇳물을 출선한 포스코가 49년 만에 고로(용광로) 휴풍(쇳물 생산 일시 중단)을 비롯해 전공정의 조업이 중단된 초유의 사태이다.

포항의 많은 주택이 침수되고 8명이 숨지는 등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가져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급기야 대형 안전사고까지 겹쳤다.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고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좁고 경사진 골목길에 사람들이 밀려 158명이 압사로 희생됐다.

앞서 2014년 4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 등이 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돼 304명이 숨지기도 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10∼20대의 젊은 청춘들로 슬픔과 충격은 더욱 컸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위험사회’를 발표했다. 위험사회는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를 말하는 것으로, 오늘날 지구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와 인재 등이다.

위험사회일수록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이어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

회복 탄력성은 도시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테러, 안전사고와 같은 충격적인 사회적 사건 등 큰 재난에도 불구, 이에 적응해 나가거나 변화에 맞게 시스템을 변형해 가면서 도시의 시스템을 회복하고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인체의 경우 질환에서 빨리 회복돼 건강을 되찾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이 작동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사회는 후진국이며, 인간이 건강을 되찾지 못하면 사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포항제철소가 물바다가 됐을 때 직원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침수와 정전된 공장을 그저 넋 놓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정상가동에 2∼3년이 걸린다고 했으며, 심지어 제철소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수 천명의 직원들이 팔을 걷어 부쳤다. 공장의 물을 빼고 불을 밝히고 기계설비를 정비하는 등 추석 연휴를 반납하면서 현장 복구에 매달렸다.

부족한 것은 광양제철소에서 공급했으며 국내 기업과 해외 철강사, 여러 기관의 지원도 한 몫 했다.

고로를 비롯해 공장이 하나 둘 재 가동되면서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이제는 대부분 공장들이 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내년 2월께 완전체의 정상조업을 앞두고 있다.

제철소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불과 수개월만에 일궈낸 포스코의 강한 회복 탄력성이다.

포항시 2300여 명의 공무원들도 태풍 피해를 입은 주택 하천 공장 등 현장에 투입돼 복구에 나섰다. 슬픔과 절망으로 망연자실한 수재민들의 손을 잡고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지역 또는 멀리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일상을 앞당기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포항지진의 참사를 경험한 학습효과도 있어 공무원과 시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했다. 포항 최대의 수해임에도 불구 수재민들에게 이렇다 할 불만이나 불신은 없었다.

이들은 행정을 신뢰했으며, 행정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지진특별법 제정과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참사의 회복에 기여했다.

지진과 수해에 따른 피해복구는 물론 중앙정부와의 교섭에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포스코와 포항시의 이 같은 결과는 재앙이라는 위기 극복에 따른 지역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면 정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8년 전 세월호 참사로 뼈아픈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 이번 이태원 참사 역시 국가가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인지와 초등대처 미흡, 컨트롤 타워 부재 등 총제적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인재이다. 진상규명과 책임 여부를 놓고 정부 여당과 고위 공직자는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다는 참다운 자세는 없어 대형 참사 재발방지와 사회적 치유에 대한 국가의 회복 탄력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포스코와 포항의 회복 탄력성에 오히려 국가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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