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 이진수기자
문화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2.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항문화재단 출범 6년 동안
4년이나 대표이사 공석으로
문화정책 부재 상태 놓여
지역 예술인 대표 자리 눈독
능력있는 인물 적극 찾아
포항 문화발전에 중점둬야

가까운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는 문화예술기관의 대표를 선정할 경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 전에 미리 내정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내정자는 자신의 문화정책을 설계하며 취임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취임 후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은 늦은 것이며, 또한 대표 자리의 공석도 예방하는 것입니다.

경북 포항은 어떻습니까.

포항시는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2016년 12월 의욕적으로 포항문화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허나 출범 2년 동안 대표이사를 선정하지 못해 그저 표류했습니다.

시가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뒤늦게 나마 2019년 1월 차재근씨를 초대 대표이사로 선정했습니다. 문화계에서 상당히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는 재임 기간 재단의 초석을 다지고 포항의 문화를 발전을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2019년 12월 포항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돼 5년 간 최대 200억 원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2021년 1월 퇴임했습니다.

포항시는 이후 후임자 물색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된 사정도 다소 이해가 갑니다.

시는 문화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경륜을 갖춘 상당한 수준의 인물을 구하고 있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의 문화예술과 지역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포항의 문화를 한층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중앙의 관계자들과 충분히 교류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수도권 등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그만한 경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전 차 대표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그런 인물을 변방인 포항에 모시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차 대표 이후 벌써 2년이나 공석입니다.

이렇게 되니 문화재단이 포항시 제2 문화예술과라는 쓴 소리도 나옵니다.

또한 대표이사를 못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듭니다.

대표가 없어도 어떻게든 재단은 운영되니, 제갈량을 얻기 위해 유비처럼 굳이 삼고초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공직사회의 오랜 관행인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전형이랄 수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니 지역 문화계 인사들 가운데 몇 몇이 내심 대표 자리를 탐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누구는 어느 정치인에 줄을 대고, 누구는 누굴 찾아갔다는 등 호사가들 사이에 실체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인들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동료, 선후배 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어 지역 문화계 화합에도 악영향을 초래합니다.

포항시에 책임이 있습니다.

재단 출범 6년 간 대표 공석이 무려 4년입니다. 이런 모습은 어느 도시에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포항시의 직무유기입니다.

그렇다고 그저 그런 사람을 대표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질이 부족한 수준 이하의 인물이 오면 지금까지 애써 쌓은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기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능력 있는 인물을 적극적으로 물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포항의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되고 있다고들 합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재단 대표의 장기간 공석에 따른 큰 틀의 문화정책 부재가 상당 부문을 차지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고군분투로는 운영과 발전에 한계가 있습니다. 어른없이 자식들만 있으면 집안이 번성할 리가 만무합니다.

중세 유럽의 암흑기를 밝힌 것은 14∼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문예부흥)입니다.

인류 역사상 이 시기만큼 미술, 건축, 음악, 문학, 학문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이 꽃을 피운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르네상스가 지금도 인류 역사에 회자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는 장식품이 아니며, 또한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 예술인들의 부단한 노력, 지자체 지원, 선진문화 수용,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등 하부 구조가 하나 둘 쌓여 문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포항이 철강도시에서 문화도시로 가는 길이 마냥 쉽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문화는 먹고 사는 경제만큼이나 우리 삶에 중요합니다. 왜냐고요. 인간은 동물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