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역사 바꿀 테슬라 전기차 완성플랫폼 유치 총력… 포항시는 기업 유치, 대학은 기술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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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역사 바꿀 테슬라 전기차 완성플랫폼 유치 총력… 포항시는 기업 유치, 대학은 기술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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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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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 역사적 프로젝트
테슬라 전기차 완성플랫폼 반드시 유치
소재, 부품, R&D, 물류 완벽히 갖춘
세계 최초 사례 될 것
지역 대학 중추적 역할 담당
대학의 ‘제3미션’ 적극 참여

서울에서 먼 남쪽부터 대학이 사라진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지다.’ <서울대저널> 2021년 12월 24일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에서 멀리 있는 남쪽부터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우려에만 거친 인구 절벽과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 대학 위기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늘날 지방 대학의 위기는 이미 1990년대 시작된 대학의 시장화 흐름으로 인해 예견되었다. 1995년 대학의 설립을 완화하고 정원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 발표가 그 시발점이다. 대학부지, 교육용 건물,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만 갖추면 대학 설립은 쉽게 인가되었다. 1995년에 전국의 4년제 대학이 131개였던 것이 2000년에는 161개교로 급증했고, 위의 네 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자율적으로 정원조정도 가능했다. 정부는 대학 간의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교육의 질이 더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경쟁에 뒤처진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우수한 대학만 살아남아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좋은 여건에서 시작해 공고하게 자리 잡은 수도권 대학에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서열화에 밀린 지방 대학만 쇠퇴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적 인식과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도 지방 대학보다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진퇴양난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지방 대학이 아무리 좋은 환경과 교육, 연구 여건을 갖춰서도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구조를 넘어설 수 없게 한다. 같지 않은 조건에서 경쟁시켜 교육의 질을 더 높이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허구였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 근본적인 역할 탐구에서 시작

힐데 드 리더-시모엔스(Hilde de Ridder-Symoens) 교수는 <유럽 대학의 역사>에서 대학의 ‘제1 미션과 제2 미션’을 교육과 연구라고 말한다. 이는 지금까지 대학 교육이 수행했던 전통적인 교육방식과 역할을 이러는 말한다. 오늘날 대학은 지식 경제, 세계화, 금융 및 환경 위기와 같은 전례 없는 도전을 받고 있어 전통적 사명을 재설계하고 역할을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초의 고등 교육 기관(HEI)은 기원전 335년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는 엘리트 구성원을 훈련 시키기 위해 라이시움(Lyceum)이라는 교육시설을 설립하고 국가가 직접 운영했다. 이 최초의 대학은 교육을 통해 지식인을 양성하고 이들이 지식을 보존해 후대에 전달하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이러한 지식공동체의 의미를 담아 대학이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으며 라틴어“교사와 학자의 공동체(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라고 불리었다. 이후 중세 고등 교육 기관은 주로 교양 과목 중심의 커리큘럼에 집중되어 1088년 볼로냐(이탈리아)에서 설립되었다. 대학은 그리스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로 중세를 거치면서 점진적인 제도화를 통해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퍼져 인류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19세기 초 탐험, 과학, 저서 분야에서 학제를 넘나드는 영향력으로 최후의 학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가 고등 교육시스템에 학문적 혁명을 일으킨다. 훔볼트의 제안으로 설립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Humboldt-Universit?t zu Berlin)는 ‘인간의 인간다움 그 자체만을 위한 주체적 자아 형성을 위한 교육’이라는 대원칙을 전제로 ‘연구’와 ‘학습’을 통일시킴으로써 훔볼트식 고등교육 모델(Humboldtsches Bildungsideal)을 최초로 대학 교육시스템으로 도입한다. 여기서 시작된 대학의 ‘제1 미션(FM)’과 ‘제2 미션(2M)’은 세계 모든 대학이 제1, 제2 사명으로 여기며 고등교육 이념으로 점차 확고해진다. 훔볼트식 모델을 북아메리카에 최초로 도입한 존스 홉킨스 대학교는 미국과 캐나다의 대부분 연구 중심대학이 벤치마킹하였고, 오세아니아 최초의 연구 중심대학인 호주국립대학교도 존스 홉킨스 대학교를 본떠 설립되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훔볼트식 모델이 당시 대학 교육시스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의 전통적인 교육시스템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현재 세계 유명 대학들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대학 상업화’와 ‘대학 기업화’를 실현한 지 이미 오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두 번째 학문의 혁명은 대학이 실용적인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지적 재산의 제공처로 인식하게 하는 대학의 ‘제3 미션(Third Mission)’을 기업과 사회가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대학은 특허, 라이센스, 과학단지 건설, 학술 분사 촉진, 신생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대학의 기업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대학에서 생산된 지식을 상품화시킨 ‘제3 미션(TM)’은 기업의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해 지역경제와 사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맨체스터 대학교 딜런 존스-에반스(Dylan Jones-Evans) 교수는 지금 대학은 문화적인 측면을 넘어 경제 성장의 핵심 주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세계의 대학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제3 미션(TM)’으로 지역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과 연구라는 전통적인 대학의 사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혁신 기제는 동시대의 역할을 탐구하려는 최초 시도에서 출발한다.

스탠퍼드를 사례로 본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국제정세의 두드러진 변화가 4차 산업시대를 촉발하며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들이 주로 교육 및 연구 수행에 집중된 것에서 벗어나 “사회 기여”라는 제3 미션(TM)을 추가하라는 압력이다. 이 같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대학들은 혁신의 교차로에서 대학의 사명을 재설계할 수밖에 없다. 제3 미션(TM)은 넓은 의미에서 대학의 사회적, 경제적 사명과 관련된 통섭과 융합으로 다 학제적이고 다 학문적인 진화를 요구하는 개념어다.


유네스코는 2007년 콘퍼런스를 통해 대학의 제3 미션을‘지식의 세계화’로 보고 이에 대해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의제로 다루었다. 2019년 독일 정부는 대학의 사회적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지원하는 ‘혁신 대학(Innovative Hochschule)’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대학이 전통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세계 전역에서 요구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학장인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는 실리콘밸리가 작동하는 이유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기술개발과 기업혁신을 촉진하는데 스탠퍼드가 열쇠 기능을 하였다고 말한다. 신기술 인큐베이터로서의 스탠퍼드의 역할은 분명하다. 지난 50여 년 동안 대학의 교수, 직원, 졸업생이 약 1,200개에 달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생산하는 50% 이상의 제품이 스탠퍼드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에서 나온 것이다. 여러 연구 기관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많은 기업이 스탠퍼드의 기술특허를 인용하고 있다. 대학과 교수진은 기업가 정신을 가지도록 권장하고 모든 학제가 컨설턴트로서 실리콘밸리에 참여해 고문, 이사, 최고 기술 임원 등을 맡고 있다.

대학의 ‘제3 미션’실행이 지방 대학 성쇠 가름한다

철강 산업도시 포항이 50여 년 만에 산업구조 체질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시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특화단지’지정을 위해 지난달 24일 경상북도와 함께 에코프로, 포스텍, 경북테크노파크 등 도내 30개 기업, 연구소, 대학, 지자체가 참여한 ‘경북 이차전지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를 출범했다. 이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아시아 지역 완성 전기차 생산기지 ‘기가팩토리(Gigafactory)’ 포항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은 이미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기초 소재에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고품위 철강 제품 공급이 가능하며, 물류와 수출입 창구로 영일만항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애플 아카데미 등 국내 최고 수준의 R&D 기반을 갖추고 있어 테슬라 유치에 유리한 강력한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지역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는 우리 포항의 미래를 바꿀 역사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라는 의지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야말로 우리 포항시가 대한민국 4차 산업을 주도하는 전기차 완성플랫폼에 필요한 소재, 부품, R&D, 물류까지 완벽하게 갖춘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계적인 명품 전기차 완성플랫폼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만큼 ‘제3 미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항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며 치밀하게 준비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지역의 대학들은 기업과 콤비를 맞출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청년 창업은 지역 특성에 부합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청년 취업은 자신의 전공과 기업의 업태, 업종과 부합되어야 가능하다. 기업은 일손이 부족한데 청년은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면 이것은 누구의 탓인가. 자원 부족에 수도권 쏠림현상이 지방 대학을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가지를 탓하며 시간만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방 대학의 성쇠를 가름하는 것은 바로 지역의 산업구조에 걸맞은 대학의‘제3 미션’을 실행하는 것이다. 포항시가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산업구조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듯이 대학도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 상업화’와 ‘대학 기업화’를 통해 동시대의 사명을 실천할 수 있는 체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고, 여기서 글로벌 IT 기업이 탄생한 데에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인 ‘제3 미션’ 실행이 있어 가능했다. (계속)

 

 

 

 

 

 

 

 

 

 

 

김용진

·디자인학 박사

·위덕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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