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도 이제 ‘메기’가 필요하다
  • 손경호기자
대구·경북에도 이제 ‘메기’가 필요하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권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1개 선거구에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도이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 2명 이상 당선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이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대구·경북 정치지형은 어떻게 될까?

우선 2023년 1월 현재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의석 현황은 25개 선거구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각 정당들의 손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대구·경북지역 기초의원 선거구제도를 분석해보면 얼추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포항시의원(지역구) 당선자 29명 가운데 국민의힘 19명, 민주당 6명, 무소속 4명으로 국민의힘 의석 점유율은 2/3 정도였다. 비례대표의 경우도 국민의힘 3명, 민주 1명이었다.

반면 1개 선거구에 1명만 당선되는 소선구제로 치러진 포항지역 경북도의원 선거를 살펴보면, 9개 선거구 모두 국민의힘이 싹쓸이를 했다. 도의원 비례대표는 6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4명, 민주당이 2명 당선됐다.

구미지역도 비슷하다. 구미시의원(지역구) 당선자 22명 가운데 국민의힘 18명, 민주당 4명으로 국민의힘 의석 점유율은 4/5 정도였다. 비례대표의 경우도 국민의힘 2명, 민주당 1명이었다. 경주지역도 기초의원 비례대표 당선자는 국민의힘 2명, 민주당 1명이었다.

반면 소선구제로 치러진 포항지역 경북도의원 선거에서는 9개 선거구 모두 국민의힘이 싹쓸이 했다. 도의원 비례대표는 6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4명, 민주당이 2명 당선됐다.

따라서 단순하게 지방선거 투표 결과와 비교해 보면, 내년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국민의힘 의석 점유율이 낮아지고, 타 정당들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명씩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질 경우 의석 분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3명 이상 선출할 때에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구를 2개씩 짝짓기해 1개 선거구에 2명씩 선출할 경우 현재처럼 국민의힘 강세가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한다면 1개 선거구에 최소 3인 이상을 선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대구·경북지역에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이 배출되면 TK지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현재 대구·경북지역은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적용돼 유권자를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할 필요성이 매우 낮다. 지역 유권자 대신 정당 실세에게 잘 보이면 국회의원 배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과메기 공천’, ‘막대기를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까.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도 도입되면 국민의힘에 충성해 공천을 받아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낙선할 수 있다. 따라서 TK에도 다양한 정당이 등장하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항상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국비 예산부터 지역 현안 사업 등 서로서로 경쟁을 펼쳐 지역 발전을 앞당기게 된다. 일명 메기 효과이다.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면서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 전라북도에 특별지원과 특례를 부여하는 ‘전북특별자치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었는데 국민의힘 소속 정운천 의원 등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국회 통과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대구·경북에도 나태한 미꾸라지들을 건강하게 만들 메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