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550여 개 기업이 참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혁신상 수상기업의 약 3분의 1, 가장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에 수여하는 최고혁신상 수상기업 총 23개사 중 12개가 국내기업이었다. 국내 언론은 물론 공공기관, 컨설팅 기업은 CES의 기술트렌드와 시사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 정리한 CES 2023의 트렌드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안보(Human Securiiy)라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이다. 1994년 UN이 최초로 주창한 인간안보라는 개념은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위협과 질병 및 범죄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대상을 인간으로 설정한 것으로, 식량확보, 의료개선, 환경보호 등을 포괄하는 비전통적인 안보를 지칭한다. 이번 CES에서는 식량 안보, 의료 접근성, 경제 안보, 환경 보호, 개인 안전, 공동체 보안, 정치적 자유 등의 세부 주제를 설정해 미래 기술 혁신은 인간안보를 위협하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둘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CES 2022부터 기술트렌드로 언급된 지속가능기술(Sustainable technology)이 올해는 본격적으로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ESG 경영, 탄소 감축, 에너지 등 ‘지속가능성’은 이제 전 산업에 적용되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으며,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탄소중립, ESG 등의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해 향후 ESG 경영에서 선도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셋째,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발전한 기술트렌드이다. 먼저 CES 최초로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로 선정되었는데, 스티브 코잉 CTA 부사장은 메타버스를 차세대 인터넷에 비유하며, 과거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바꿀 기술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VR/AR 기기가 스마트폰의 이어받을 디바이스로 등장했으며,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 및 제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으며, 콘텐츠, 플랫폼 분야에서도 로블록스, 메타, 네이버 등이 시장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
다음 코로나 펜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부터 체외진단 기기, 디지털 치료제, 원격의료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 외에 초연결(Hyper-connectivity)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을 포함 500여 개사가 참여하여 2022년 10월 공식 출시된 전 세계 스마트홈/IoT 연결 표준 ‘매터(Matter)’를 적용한 가전들이 CES 2023에서 첫선을 보였다. 매터를 적용하면 다른 브랜드의 제품끼리도 서로 연동이 가능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초연결 스마트홈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넷째, 모빌리티(Mobility) 기술에서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간의 경쟁이다. 자율주행, 전기차, 커넥티드 카 등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관련 신기술이 발전해나갈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전시회에는 완성차 업체 외에도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도 참여했다. 이는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탑승자들이 차량 내에서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함에 있어서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임을 보여준다. 결국 스마트폰 생태계와 같이 결국 자율주행차의 운영체제(OS)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이 심화될 전망이다.
CES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이라는 트렌드는 IT가 타 분야와 융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삶이나 위협으로 안전한 삶을 위한 IT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IT와 BT(Bio-tech), GT(Green-tech), FT(Food-tech) 등과의 융합이 고도화,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메타버스에 대한 전망은 고가의 디바이스, 킬러 서비스의 부족 등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며, 특히, 코로나 펜데믹이 완화되면서 비대면 기술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최근 급성장한 재택근무는 적절한 규범이 마련되지 않아 일과 가정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CES 2023에서 역대 최다 혁신상 및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ICT 강국의 위상을 높였다. 이는 민간의 적극적인 혁신 노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혁신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시장개척, 판로지원 등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 ICT 융합 분야에서 전문기술이나 인력이 부족하며 규제 해소도 더딘 상황이다. 특히, ICT가 타 산업의 기존 규제와 이해관계와 충돌하면서 생기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혁신의 지속가능성은 불가능해진다.
이번 CES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제 경제 외에도 인간안보, 지속가능성이라는 거대 테마를 지향하는 초연결 기반의 데이터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 기업이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와 기업 간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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