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공직사회의 경직성
  • 이진수기자
포항 공직사회의 경직성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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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지장, 열정·청렴·나눔 갖춘
이강덕 포항시장 우리사회 귀감
다만 덕장 면모는 다소 부족해
소통과 간언하는 직원들 없어
개인 능력보다 공직자·시민과
지역발전 추구하는 열린 시장돼야

중국 춘추시대 전략가 손무의 손자병법에 4가지 장수 유형이 등장합니다. 용장, 지장, 덕장입니다. 여기에 복장(운장)이 있습니다.

용장은 용맹스러운 장수입니다. 지장은 지략이 뛰어나고, 덕장은 덕을 베푸는 것으로, 흔히 용장은 지장을 이기지 못하고, 지장은 덕장을 이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장수의 으뜸은 덕을 갖춘 자를 말합니다. 이러한 장수 유형은 지금의 리더들에게도 해당됩니다.

민선 이후 경북 포항시는 여러 명의 시장을 배출했습니다. 포항시장으로 재임했던 박승호 전 시장과 이강덕 현 시장을 장수의 유형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박 전 시장은 용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도를 한 무도인으로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했으며 심사숙고보다 밀어 부치는 업무 스타일입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용장이면서 지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찰대학 1기생으로 부산, 경기,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대통령실에도 근무한 만큼 지적 수준이 상당합니다.

시정 현안에 해박해 직원들이 업무 보고에서 당황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포항 발전을 위한 열정이 대단하며 여기에 청렴과 나눔을 실천합니다.

1년 전부터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놓고 포항과 포스코의 대립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항과 포스코 50여 년 역사에 처음입니다. 여기서는 양측의 입장차를 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시장이 포스코와 정면 대결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청렴성입니다.

고위층에 있을 때나, 포항시장으로 10년을 재직하면서 포스코를 비롯해 계열사 또는 하청업체에 돈 한푼 받았다면 포스코와 갈등이 첨예한 지금 시장 자리에 있기 힘들 것입니다.

지자체장이 대기업을 상대로 승부를 건 다는 것은 자신이 떳떳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공직자로서 공익성과 나눔 실천도 상당합니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장 대부분은 장·차관급의 고급 관용차를 이용하고 있으나, 이 시장만이 유일하게 개인 차량으로 출퇴근 및 업무를 봅니다.

초선 시장때부터 운전직 직원만 지원받고, 연료비 등 차량 유지 관리비를 자비로 부담합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1년 1월 시민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급여 전액을 기부했으며, 2013년 해양경찰청장 재직 시 10개월 간 받은 급여 7030만 원을 모아 직원들 자녀 장학금으로 내놓는 등 지금까지 사회 기부액 만도 총 3억 6800만 원 정도입니다.

우리 사회의 귀감입니다.


다만 이 시장에게 덕장의 면모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덕장의 자질은 소통과 감성이며 직원에 대한 질책 후 배척이 아닌 포용성으로, 직원들이 수동적보다 능동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 시장이 직원들의 업무가 성에 차지 않아, 만기친람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호통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직원이 있는 반면 주눅이 들어 더 움츠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통 부재입니다. 이는 상명하복의 오랜 경찰생활과 자신의 조급한 성정 때문일 수 도 있습니다.

소통은 단지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닌, 리더의 부족한 면을 지적해 채워주는 것입니다. 그러러면 리더의 ‘열린 귀’가 전제돼야 합니다.

중국 당나라 태종은 명군입니다. 그가 명군이 된 것은 열린 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열린 귀는 경청이며 경청은 소통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태종은 늘 신하들에게 자신의 의견과 다를 지라도 주저 없이 간언하는 것을 독려했습니다.

포항시 직원들이 간언을 못하는 것은 이 시장의 스타일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국·과장 등 공무원들의 업무 능력과 용기의 부족에도 있을 것입니다.

소통과 간언을 하려고 해도 그만한 능력이 못 미치니까 주눅들고, 그러다 보니 소통 부재로 포항의 공직사회가 경직됐다는 말이 나돕니다.

이를 개선하는 것도 시장의 역할이며 책임입니다. 소통과 간언이 없으면 공직자의 사명감보다, 출세지향적인 아첨꾼들이 시장 곁에 있게 됩니다.

박 전 시장은 8년 시장 재임 이후 총선 및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했습니다.

저는 박 시장이 덕장이 아니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권력에서 한번 내려오니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지요.

용장과 지장은 어느 한 순간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덕은 천천히 멀리 오래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옛부터 덕망 있는 집안, 덕을 갖춘 자를 칭송하는 것입니다.

이 시장은 박 전 시장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3선인 이 시장의 남은 3년은 많은 시간이 아니며, 또 다른 목표도 있을 것입니다.

열정, 지식, 청렴, 나눔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방향과 정책 설정, 중앙정부 등 정·관계와의 인맥, 천재지변의 위기대응 능력 등 뛰어난 장점을 갖춘 이 시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도 덕이 없으면 어느 순간 가치가 떨어지고 무너지게 됩니다. 이 시장은 이제 용장이나 지장보다, 덕장으로서 공직자 및 시민들과 함께 포항 발전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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