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大盜)와 습벽(習癖)
  • 모용복국장
대도(大盜)와 습벽(習癖)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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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습관은 수명을 연장시키고
조기사망의 위험까지 저하시켜
나쁜습관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사회고위층 대상 절도행각으로
大盜란 별명까지 얻은 조세형
盜癖으로 85세 나이에도 구속
습벽의 무서움 새삼 일깨워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한 번 고착화된 습관은 그만큼 고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습관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습관과 함께 살고 있다. 공부, 운동, 식사,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몸에 배인 습관에 따라 일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습관이 인간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이스라엘 디콘세스 메디컬센터 공동 연구팀이 17만2000명의 수면 습관과 사망 관계를 분석한 결과 잠만 잘 자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좋은 수면 습관 다섯 가지를 선정해 참가자들에게 적용한 결과 다섯 가지 모두를 따르는 사람은 전혀 따르지 않거나 한 가지만 따르는 사람에 비해 남자는 기대수명이 4.7년, 여자는 2.4년 늘어났다. 또 좋은 수면 습관 다섯 가지를 모두 지키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3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뿐 아니라 습관은 인간에게 있어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좋은 습관이 쌓여 행동으로 이어지면 그로 인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끈다. 반대로 나쁜 습관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좋은 습관은 큰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나쁜 습관은 패가망신에 이르게 한다. 후자 중 하나가 도벽(盜癖)이다.

1970~80대 사회 고위층을 상대로 대담한 절도행각을 벌여 이른바 대도(大盜)라는 별명을 얻은 조세형 씨가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절도를 하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고 한다. 올해 그의 나이 85세이고 보면 옛 속담이 허언은 아닌 모양이다.

조 씨가 대도라 불리게 된 데에는 고위층을 상대로 한 전대미문의 절도행각과 더불어 훔친 돈 일부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두고 세간에서는 임꺽정과 비견해 의적(義賊)으로까지 미화하기도 했다.

1982년 구속된 조 씨는 15년이라는 긴 수감생활을 마친 후 선교활동을 하며 새 인생을 시작했다. TV 예능 및 시사 프로그램 출연과 강연 요청이 쇄도했으며, 국내 최대 보안업체 자문위원으로도 초빙됐다. 심지어 16세 연하의 중소기업 업체 사장과 결혼까지 하면서 어두웠던 과거와 결별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처럼 절도 습벽(習癖)이 다시 어두운 밤거리로 내몰았다. 2001년 국내도 아닌 일본 도쿄에서 빈집을 털다 붙잡혔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종교에 귀의한 대도가 이제 독실한 신앙인으로 대도(大道)를 걷고 있는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는 해괴한 변명이 뉴스에 보도됐을 땐 귀를 의심해야 했다.

절도 행각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2005년 서울 마포구에서 치과의사 집을 털다 체포됐으며, 70대인 2013년 강남에 있는 고급 빌라를, 2015년에는 출소 다섯 달 만에 용산의 한 고급 빌라에서 물건은 훔치다 구속됐다. 8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절도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2019년 절도죄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2021년 12월 출소해 한 달 만에 범행을 저지르다 덜미를 잡혀 지난 2월 25일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당시 2심 재판부 판사는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해서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이제 더는 죄짓지 말라”고 조 씨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이 판사의 당부대로 이번 수감을 끝으로 절도행각을 멈출지, 아니면 90살이 돼서도 계속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조 씨의 도벽은 우리에게 새삼 습벽의 무서움을 일깨워 준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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