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 김희동기자
시소
  • 김희동기자
  • 승인 2023.0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공현혜





여름 볕에 달궈진 시소를 타는 할머니와 손녀

아파트 주민 나오지 않는 한 낮의 놀이터에서

낯설다

들리지 않는 아이 목소리에 할머니는 엉거주춤

다리를 폈다가 굽히고 폈다가 굽히고

어느 쪽이 더 무거운 무게인지 몰라도

어느 쪽이 더 무거운 목소리인가 알겠다

무엇이 저들의 여름 낮의 휴식을 망쳤을까

아이 눈빛에 바르르 하는 걸 보면 외할머니인가

아이가 잡아든 휴대전화에 몸 둘 바를 모르고

꺾이지 않는 햇볕아래 굽은 등으로 시소는 오르내리니

친 할머니일지도,

저울이 시소를 낳았을까 둘은 같은 속(屬)이겠다

저울은 무심과(科) 시소는 양다리종(種)일지도 모른다

등뼈와 가죽만 남았어도 세월의 무게가 있는 것인지

할머니 앉은 자리가 자주 바닥을 찧는다

같은 강철목(目)이라도 저울은 산수와 가깝고

시소는 미술과 가까운 것 같다

젊은 여인이 다가와 하얀 봉투와 아이를 바꿔간다

아이보기였다

새끼를 젖 먹여 키우지 않는 강(鋼) 속에

이제는 사람도 들어가나 보다 밥으로만 키우는 게 아니니

‘계문강목과속종’ 틈새마다 사람이 모두 들어갔는가.

 

 

 

 

 

 

 

 

 

 
공현혜 시인
공현혜 시인

통영 출생,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문협서정문학연구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불교아동문학회. 경남아동문학회. 계간문예중앙위원.

통영문협. 경북문협. 경주문협. 

<한국서정문학대상> <경북작가상> <경주예술인상>

<경남아동문학상> <시.창특별상> <에스프리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송파구청장한글표창>

저서 『세상읽어주기』『애벌레의 꿈』『폭풍속으로』 외 공저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