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인 없는 회사의 주인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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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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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성균관대학교를, 그리고 두산은 중앙대학교를 ‘어떻게’ 인수했을까?”

1996년 삼성이 성균관대학교를,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의아해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행여 모르더라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학교법인 인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묻는 것이다.

주식회사라면 주식 하나가 한 개의 의결권을 나타내니, 의문의 여지 없이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애매모호한 말이지만 비영리법인인 대학 매매를 허용하는 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거래를 금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에 따라 보통의 경우 사립학교 거래를 위한 방법은 금전을 주는 대가로 이사장직을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을 매수자 측으로 교체하여 지배력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결국 ‘이사회의 다수가 누구이냐?’가 해당 대학이 누구 것이냐에 답을 해주는 셈이다.

눈치채신 분들이 계실 테지만, 종종 사립학교에서 주인 논란이 이는 경우는 금전의 대가가 아닌 사회적 명성 등에 기대어 추대된 이사장이 어느 날 안면을 몰수하여 뻗대는 때라 하겠다. 한번 들어앉은 후 이사회까지 다수를 장악하게 되면, 다수를 점하게 된 경위야 어찌 되든 이를 무르기는 혹은 이사회의 다수를 빼앗아 온다는 것이 웬만해서는 힘들게 된다.

지금부터는 주식회사이되 소유가 분산되어 있어 ‘주인 없는 회사’라 일컫는 금융지주회사와 KT, 포스코 등을 둘러보자. 이 경우에도 소유가 분산되어 있어 오너가 부재한 상태라 위에서 언급한 (대학교로 예를 든) 비영리법인 사례와 비슷해진다.

일반적인 소유-경영 분리 사례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소유’ 측 주주에 의해서 재평가를 받으며 주주총회에서 신임 혹은 불신임의 처분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언급한 ‘주인 없는 회사’의 경우는 그와 같은 재평가에 따른 신임이라는 절차가 매우 어려워진다. 자칫 또 국민연금 등 대주주가 섣불리 움직이게 되면 관치 논란 등을 야기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셀프 연임 논란을 불러일으킨 구현모 현 KT 대표가 선임될 때 말이다. 당시 정치권을 일컫는 여의도뿐 아니라 필자가 몸담은 시민사회에서조차 KT 대표 선임을 둘러싸고 5개 정도 캠프가 꾸려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떤 그룹엔 유력 정치인 누가 있고, 또 어디에는 누구누구가 합류해 있다는 내용이었다.

권력을 뒷배 삼아 강한 권력의지를 가진 이들의 주인 없는 회사를 둘러싼 이전투구라 해도 과언이 아녔다. 이유와 과정이야 어떻든 대표이사는 선임이 되고, 이제 곧 신세를 진 정치권 유력인사와 측근들을 이사로 선임하여 이사회 다수를 점하게 되었으리라 충분히 상상된다. 또 그 무리가 지배구조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평가및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요 위원회를 좌지우지한다. KT는 실제가 그러했다.

여기에 더해 그러잖아도 주주의 견제력이 미약한 ‘주인 없는 회사’에서 현대차그룹 그리고 신한은행과 대규모 지분교환을 단행했다. 이런 거래는 현 경영진(대리인)에게는 본인들 지위를 유지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를 부여할 테지만, 실제 주인인 주주 입장에선 손해임이 분명하다.

실제 이에 대해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 APG는 “KT가 2021년 말 기준으로 전체 보통주의 9.7%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대부분을 주식교환 거래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데 활용해 APG 등 주주들은 상당한 주주가치 침해를 입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자 그대로 주인과 대리인간에 주객이 전도되었다 할 것이다. 주인 없는 회사 이사회를 틀어쥐고 앉아서 주주를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KT가 630만 달러(한화 75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환수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유로 “KT는 자선 기부금이나 제삼자 지급, 임원 상여금, 상품권(기프트 카드) 구매 등에 대한 내부 회계 감시가 부족했”으며 “그 결과 KT 직원과 고위 임원들이 국내 공무원들에게 비자금과 불법 정치공여금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이사 체제 연장을 꿈꾸는 이번 3월 주주총회의 대표이사 선임은 저지돼야 한다. 기실 주인 없는 회사 KT의 주인은 국민이다.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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