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 시기에는 실용주의가 최선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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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전쟁 시기에는 실용주의가 최선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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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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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윤석렬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17일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 외교 재개 △수출규제 조치 해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을 합의했다.

이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결을 내리자 5년 동안 경색됐던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윤 정부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1965년 한일 청구권 자금을 받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자금을 출연,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했다.

이에 더불어 민주당 등 야당은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국가의 자존심을 팔았다”며 매국외교, 조공외교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의 공세는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저자세 외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이 반성은커녕 지난날의 과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징용, 징병 등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한국이 저자세 외교를 펼쳐서라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이유는 중국 굴기에 맞서 한미일 삼각 방위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입김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을 효과적으로 포위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방위 동맹을 완벽히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일단 한일 외교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을 하지 않음에도 관계 정상화를 서두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진영에 서기 위해 먼저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저자세 외교의 본질은 친일이 아니라 친미인 것이다.

최근 미중은 패권전쟁을 벌이며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미중이 패권전쟁을 벌이자 한국은 매우 난처한 처지에 빠지고 있다. 경중안미(經中安美)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간을 약 400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펼쳐졌었다. 바로 1636년에 발생했던 병자호란이다.

당시 명나라와 청나라가 중원의 패권을 두고 맞섰고, 조선은 명나라의 편에 섰다 낭패를 보았다.

조선은 주화파(친청파)와 척화파(반청파)로 갈렸다. 이 싸움에서 척화파가 승리했다. 척화파는 명나라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줬기 때문에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론을 앞세워 권력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미 중원의 패권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가고 있었다. 조선은 이 같은 국제정세를 애써 무시하고 명나라의 편을 든 결과, 삼전도의 굴욕을 겪어야 했다.

지금 상황이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 미국이라는 패권국과 중국이라는 신흥국이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 정부는 이 패권전쟁에서 미국의 편에 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해 한국을 도와줬다는 명분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중국이 패권전쟁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이 중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을까?

패권전쟁 시기에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조선도 그럴 수 있었다.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했던 광해군은 명청의 패권전쟁에서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반정을 통해 등극한 인조와 그 세력들은 대의명분론을 앞세워 명나라 편에 섰다. 이들은 광해군의 실용주의 노선을 “패륜”이라고 비난하며 철저한 친명배금정책을 펼쳤다.

미국은 자유진영의 맏형이고, 한국도 자유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전 당시 한국을 도와주었다. 명분론만 따지면 한국은 당연히 미국편에 서야 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전체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서 관련 자료를 숨기는 등 국제적 표준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일삼고 있으며, 민족주의에 매몰된 나머지 김치마저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층이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과연 이 같은 나라와 함께 가야 하나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약진하고 있다. 최근 경제가 둔화하는 데다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어 미국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이미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3국인 호주의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최근 조사 결과, 우주,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 첨단 44개 분야 중 37개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이미 추월했다고 평가했다.

서세동점의 세기가 열린 것은 서양이 중국보다 과학기술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학기술 부분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인구가 줄고 있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겠지만 결국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국이 대의명분에 매몰돼 미국의 진영에 섰다 만약 중국이 패권국이 된다면 그 후과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미중 패권전쟁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중립만 지키면 된다. 중립을 지키다 승자의 편에 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외교다. 실사구시가 아니라 대의명분을 앞세울 경우, 삼전도 치욕을 다시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이 이번에는 틀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박형기 중국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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