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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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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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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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갑자기 찾아왔다. 세상은 봄꽃이 가득하다. 한꺼번에 봄이 찾아와서 그런지 봄이 감당이 안 된다. 봄은 언제나 어디서나 아름답고 부드럽다. 봄 속에는 소생, 약동, 성장, 생명, 탄생, 부활의 소망이 가득하다.

봄은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다. 봄바람, 봄나물, 봄맞이꽃, 봄보리, 봄처녀, 봄비, 봄바람, 봄향기등 봄은 언제나 새롭고 신선하다. 그래서 봄은 늘 심장을 뛰게 하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하여 생명을 부여한다.

봄을 노래하는 시나 소설이 많다. 전혜린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에서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봄은 나에게 취기의 계절, 광기의 계절로 느껴진다. 비가 오던 날 뮌헨의 회색 하늘빛 포도에 망연히 서서 길바닥에 뿌려진 그 전날의 카니발 색종이의 조각의 나머지가 눈처럼 쌓여 있는 것을 바라보던 슬픔은 잊혀지지 않는다. 혼돈과 깨어남과 감미한 비애와 도취, 이것이 나의 봄이었다.’

윌리엄 워즈워드는 이렇게 노래했다. ‘봄철의 숲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성의 선과 악에 대해서, 그 어떤 현실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의 노래처럼 모든 생명은 저마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봄철의 숲이나 들판에 나와 서면 저절로 느낄 수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다‘고 노래했다. 겨울은 춥고 척박하고 모든 것이 얼어붙은 자연이지만 시인은 그 겨울의 한가운데서 따뜻한 봄을 노래하고 희망을 노래했다. 우리 인생도 겨울이라는 시련이 언제나 찾아오지만 우리는 겨울의 찬바람 속에서도 인생의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인내 할수 있어야 한다.

잔인한 4월을 노래한 엘리엇도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고 노래 했다. 시인은 현대 문명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전쟁을 통해 정신적 불모의 세계 속에서 간절한 구원과 소망을 갈망하고 있다.

시인 김영랑은 낙하는 모란꽃을 바라보면서 찬란한 슬픔을 노래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인은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그리움에 사무치고 말할 수 없는 간절함에 슬픔을 느낀다. 그렇다. 기다림과 개화 그리고 낙화와 슬픔은 어느새 인간의 운명이 된다.

김영랑의 소설 ‘봄봄’은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마음이 가득 차면 힘든 노동도, 홀대도, 그 어떤 비난이나 어려움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봄봄’ 에 나오는 ‘나’라는 주인공은 돈키호테처럼 바보같이 어리숙하고 단순한 성격이다. 점순이의 아빠로 등장하는 장인어른은 데릴사위로 ‘나’를 부려먹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한 인물이다. 주인공인 ‘나’는 2년 또는 3년의 기간만 일하고 점순이와 혼례를 치르겠다는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점순이의 키가 자라면 혼례를 시켜주겠다는 장인의 말을 믿고 무한정 점순이의 키가 자라기를 바라며 등골이 휘어지게 일만 한다. 점순이는 행동이 민첩하고 잘 넘어져서 밭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인 ‘나’ 에게 점심을 가져다줄 때 넘어져서 밥에 흙이 묻었는데 점순이가 민망할까 봐 주인공인 ‘나’는 흙이 묻은 밥을 꼭꼭 씹어서 먹는다. 점순이를 생각하는 사랑의 마음이고 배려의 마음이다. 분명 김유정의 ‘봄봄’에서 점순이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분명 봄이 아닐까?

봄은 인생의 나이와 상관이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어쩌면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기에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 우리는 찬란한 계절의 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봄이 되면 농부는 농사를 준비하고, 어떤 사람은 마라톤을 시작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그동안 쉬었던 운동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봄은 언제나 시작이고 청춘이고 젊음이다.

황금은 진흙속에 파묻혔어도 역시 황금이듯이 봄은 녹슨 심장에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과정’을 통해 결과 너머의 생명을 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하나님이 만들어 낸 꽃을 바라보며 봄의 미학에 빠지고 모처럼 느림의 여유를 누린다. 올해도 이렇게 봄날은 간다.

김기포 포항 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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