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차반
  • 모용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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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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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경찰 폭행 예비검사
구청 공무원은 택시기사 폭행
공직사회 뿌리 깊은 특권 의식
술로 인해 자의식이 발현된 것
개는 관심을 끌기 위해 짖지만
인간은 폭언, 폭력까지 휘둘러
개보다 못한 ‘개차반들’ 넘쳐나
모용복 편집국장
모용복 편집국장

개가 짖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 어떤 개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짖는다. 음식과 간식을 얻거나 함께 놀아달라고 짖는 경우다. 즉 “내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나와 좀 놀아 주세요” 등과 같은 것들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만일 참을 수 없을 만큼 귀가 따갑도록 짖어대면 주인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기 십상이다. 인간은 한 술 더 떠 남이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을 경우 대놓고 화를 내거나 심지어 폭력도 서슴없이 행사한다. 그들이 일반인이 아닌 국민의 공복(公僕)이나 사회지도층에 속하는 인사라면 더욱 낭패를 당하거나 심지어 패가망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흔히 언행이 더러운 사람을 일컬어 ‘개차반’이라 한다. ‘개=犬’이고, ‘차반=음식’을 뜻하니 ‘개차반’은 개가 먹는 음식, 즉 ‘똥’을 말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런 ‘개차반’들 활약상이 눈에 띈다.

법원이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한 예비검사에게 지난 11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 예비검사는 올해 1월 3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식당가에서 술에 취해 행인과 시비를 벌이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관에게 “왜 저쪽 편만 드느냐”며 수차례 폭행한 데 이어 연행돼 조사받는 과정에서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 “너는 누구 라인이냐”며 경찰관에게 막말과 폭언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사건 직후 법무연수원 임용예정자 사전 교육에서 배제한 데 이어 신규 검사 임용 불가를 결정했다. 만일 이번 불상사가 아니었더라면 이달 말 변호사시험 합격 통보를 받아 검사가 되는 수순이었다.

그는 검사 임용을 앞두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온갖 부푼 꿈에 젖었을 것이다. 개인의 영달을 넘어 가정은 또 어떠했겠는가. 오랜 기간 학업을 마친 후 검사시험에도 통과해 마침내 임용을 앞둔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딸이 자랑스러웠으리라. 술로 인한 한 순간의 실수가 자신은 물론 집안까지 온통 초상집으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개차반’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술에 만취한 채 택시 기사와 경찰관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 공무원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광주시 구청 직원인 이 공무원은 지난해 6월 광주 시 광산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택시 기사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자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던 것이다.

또 1시간여 뒤엔 인근에 있는 한 노래방을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하자 출입문을 부수며 난동을 피웠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죽여 버린다”며 행패를 부렸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가만두지 않겠다”와 같은 협박성 발언과 욕설을 내뱉고 심지어 경찰관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이들 예비검사나 공무원이 공통적으로 내뱉은 말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다. 뒤에 이어지는 말은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큰코다친다. 그러니 알아서 미리 굽신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정도로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 공직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특권의식의 발로(發露)다. 실수라기보다 이런 자의식이 술에 취해 적나라하게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서구에서는 ‘진리는 와인 속에 있다(In vino veritas)’는 격언도 있다.

개는 짖고 인간은 화를 낸다. 개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짖어대고 인간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 그런 성질머리 더러운 인간을 ‘개차반(똥)’이라 부른다. ‘똥’보다는 ‘똥’을 먹는 개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 ‘개보다 못한 인간’이란 말은 괜히 생겨나지 않았나 보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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