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명 쟁탈전’이 주는 교훈
  • 모용복국장
‘인구 50명 쟁탈전’이 주는 교훈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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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봉화군 인구 50명 軍관사
이전 놓고 팽팽한 신경전 벌여
님비시설인 양수발전소 경쟁도
소멸 위기 지자체 슬픈 현주소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설명회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
관사 쟁탈전 타산지석 삼아야

2년 전, 인구 50만 명을 조금 넘긴 포항시는 2030년 계획인구를 70만 명으로 잡았다. 또 70만 인구를 위한 주택 보급률을 110%로 계산해 20만호 주택공급 계획을 세우는 등 도시 발전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포항은 오히려 인구 50만 명 이하로 추락해 시를 비롯한 각계에서 인구증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 번 빠져나간 인구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해 미분양도 쌓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찍이 철강을 위시해 첨단·해양관광산업이 발달해 경북 제1의 도시로 손꼽히는 포항도 지방소멸 물결에 ‘돛단배 신세’로 전락했다. 포항이 이럴진대 여타 도내 지자체들이 처한 상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경북에서도 가장 오지(奧地)로 꼽히는 영양군과 봉화군에서 군(軍) 관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3월 영양군이 봉화군에 들어선 공군 레이더기지 군 장병 관사 유치에 나서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봉화군은 30년 가까이 이용해 오던 관사를 갑자기 이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양군 일월면 일월산 일대에 공군 레이더기지가 들어선 건 1965년이다. 그러나 장병들이 거주하는 공군관사는 영양군이 아닌 인근 봉화군 춘양면에 1994년 지어졌다. 관사 건설 당시 장병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철도가 있는 봉화로 결정된 것이다. 관사와 부대까지는 차로 30분, 직선거리로는 22.5㎞다. 관사에 거주하는 군인은 50여 명 정도다.

영양군은 지난 3월 공군참모총장 앞으로 ‘공군 군인 관사 영양군 이전 건의’ 공문을 보냈다. 새 관사 부지를 영양 읍내에 마련해 주고 관사 신축 건립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봉화군 관사를 매입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영양군은 군부대로 일월산 관광 개발을 제한받았지만 2010년 이후 부대 진입로 정비와 같은 사업에 매년 3억원 가량을 쓰며 손해만 보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이처럼 영양군이 관사 유치에 나선 까닭은 50여 명의 군 장병이라도 인구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다. 영양군 인구는 올해 4월 기준 1만5920명. 울릉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인구가 적은 지자체다.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에서 군 관사 이전은 한꺼번에 인구 50명이 늘어나므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자 일월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란히 마주한 봉화군이 펄쩍뛰고 나섰다. 봉화군은 영양군이 옆 동네 인구를 빼가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봉화군의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제256회 임시회에서 친환경 양수발전소 유치 촉구와 함께 춘양면 군 관사 영양군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봉화군이 이처럼 군 관사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영양군과 마찬가지로 봉화군 역시 소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 때 인구 10만 명이 넘는 경북의 대표적 농업도시를 자랑하던 봉화군은 1980년대 이후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 4월 기준 3만39명으로 급감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시·군·구 22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소멸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 조사에서 봉화군 0.451, 영양군 0.473으로, 봉화군이 영양군보다 더 낮았다. 물론 두 곳 다 0.5 미만이어서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인구를 둘러 싼 영양군과 봉화군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군은 기피시설로 꼽히는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1조~2조원이 투입되는 양수발전소는 환경훼손과 개발제한을 야기하므로 대부분 지자체에서 유치를 꺼리는 ‘님비시설’이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닌 이들 지자체들이 벌이는 유치경쟁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포항에서 포스코의 친환경 제철공법인 수소환원제철 3기 건설을 위한 설명회가 일부 시민단체 반대로 무산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인접한 바다를 메워 2041년까지 135만여㎡(41만평)의 부지를 확보하는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매립비와 수소환원제철소 건립까지 총사업비만 20조원이 투입되는 대역사(大役事)다.

공장 부지가 없어 포항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포스코가 바다를 메워 새로운 부지를 확보한다면 지자체와 주민들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환경 등 지엽적인 문제는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무턱대고 발목부터 잡고 볼 일이 아니다. 이웃 지자체끼리 인구 50명 쟁탈전을 벌이고, ‘님비시설’ 유치 경쟁에까지 나선 현실이 어찌 남의 일만이겠는가.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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