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할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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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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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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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민중이라는 뜻의 demos와 통치라는 뜻의 kratos가 합쳐져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인데 결국 민주주의는 ‘민중에 의한 통치’라는 뜻이다. ‘민중에 의한 통치’라는 말은 국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참정권을 가진다는 말이고, 참정권은 국민이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투표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선거가 국민주권주의를 실현시키므로 투표야말로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중요한 국민투표를 관장하는 기관이 ‘선관위’다. 또한 선관위는 정당과 정치자금에 관한 일까지 처리한다. 국회, 행정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독립된 기관으로서 그 어떤 기관보다 엄정한 공정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

민의를 받들어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지켜야할 선관위가 요즘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맹렬한 비난과 질타를 받고 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 기사는 충격의 연속이다. 소위 ‘아빠 찬스’라는 특혜채용 비리, 정치적 편향성, 마치 선관위가 치외법권인 양 어떠한 간섭이나 견제도 받지 않으려는 오만한 태도는 국민의 공분을 샀고, 여론의 뭇매를 맞기에 충분했다.

몇가지만 살펴보자.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입사 자기소개서에 버젓이 자신의 아버지가 선관위 고위직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명시했고 모두 면접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렇게 채용된 직원만 벌써 11명이다. 게다가 일반 공무원이라면 4~5년이 걸리는 진급이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채용 비리가 얼마나 더 드러날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런 비양심적인 조직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맡겨도 될까.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런 와중에 중앙선관위가 북한의 해킹 공격을 당해 국정원의 보안 점검 권고를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여당이 심각한 사안이라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자 선관위는 ‘사실무근’이라고 거짓말하다가 들통났다. 만약 북한이 해킹에 성공했다면 차기 선거에서 선거인 명부 유출로 인한 투·개표 조작, 시스템 마비 등 치명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쯤 되면 선관위가 먼저 나서서 보안 점검을 요청해도 부족할 판국이 아닌가. 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이 두려워, 무엇을 감추려고 저러는 걸까.

정치적 편향성은 또 어떠한가. 선관위 주요 요직에 지난 정권이 같은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 넣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선거가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국민의 힘이 ‘내로남불·위선·무능’ 등의 단어사용을 불허했다가 1년 뒤에는 내로남불, 무능, 위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된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투표관리도 엉망이었다. 1년여 전, 대선에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국민들로부터 호된 비난과 질타를 받아 당시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이 물러났다. 그에 앞서 3년 전 4.15총선은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졌다. 당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증거로 제시한 배춧잎 투표지, 신권처럼 접힌 흔적이 전혀 없는 뭉태기 투표지, 통계학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이상한 사전투표 집계치 등은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일부 인사는 “선거를 어떻게 훔쳤나”라는 주제로 ‘도둑놈들’이라는 제목의 책까지 여러 권 발간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선관위는 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못 본 체하고 뭉개기만 했을까? 신성한 선관위를 모독한 죄를 물어 허위사실 유포로 모조리 법의 심판을 받게 했어야 마땅한 일인데 말이다.

이런 선관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드세지자 감사원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을 부른 사전투표 관리부실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했고, 직무감찰마저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선관위를 견제한단 말인가? 믿음을 상실하고 회칠한 무덤이 된 선관위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토머스 제퍼슨은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다시 한번 국가의 명운을 가를 차기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선관위의 행태를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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