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들 `鐵의 여전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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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들 `鐵의 여전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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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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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주부사원 나의 포스코 <끝>  
 
한국의 아줌마는 강하다. 모성애를 비롯해 가사와 직장생활, 심지어 뒤늦게 학업까지 병행하는 억척이다. 위기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나간다. 가정에서 혹은 일반 직장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던 주부들이 올 1월 `쇳물’의 상징인 포스코 현장주부사원으로 정식 입사했다. 아줌마들이 `철의 여전사’가 된 것이다. 지난달 26일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철의 사나이들과 함께하는 이들을 만났다.
 
 
설비기술부 기계정비기술팀  원정은
 
 오일분석,설비고장 조기 대응
“현장업무 보며 새 희망 찾아”

 
 포항제철소 선재공장을 찾았다. 거대한 설비 구조물들이 취재진을 압도했다.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가 오일 탱크에서 오일을 채취하는 원정은(35·여·설비기술부 기계정비기술팀)씨를 만났다.
 오일을 왜 채취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혈액검사를 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인체의 건강을 진단할때 혈액검사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하다.
 오일을 채취하는 원씨의 눈이 빛났다. “우선 정확한 채취가 중요하죠.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원씨의 기계정비기술팀은 제철소 곳곳의 오일을 채취해 성능을 분석한다. 모든 설비의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 오일이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전공정이 중단되는 혼란을 초래한다.
 원씨는 “오일 분석은 설비의 고장을 예방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차원이다”며 “이는 생산성 향상에 절대적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씨와 함께 현장에 동행한 우윤동(기계정비기술팀) 주임은 “현장 내부가 미로처럼 얽혀있고,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오일 채취는 항상 2인1조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원씨는 아직 초보라 중요한 업무는 선배들이 주로 담당한다.
 그러나 선배들의 노하우를 놓치지 않으려고 어깨너머 배움까지도 애쓴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선배들이 많이 도와준다”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현장업무가 즐겁다”며 웃었다.
 원씨는 10여년전 남편과 같은 직장에 근무했다. 그리고 IMF때 희망퇴직을 했다. 앞이 캄캄했다. 새로운 희망을 잡고 싶었다. 취업 준비중에 포스코 현장주부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아줌마가 되고부터 철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포스코 입사후 적극성과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 주임은 “원씨가 남성 중심의 직장 분위기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신입사원의 미숙함은 성실성으로 잘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전산자격(IT)을 취득했다. 앞으로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단다. 자기계발이 곧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원씨는 채취한 오일 샘플을 사무실로 들고와 분석을 시작했다. 초롱한 눈망울이 다시 빛을 발했다.
 
 
 
품질기술부 화학시험과  최해숙
 
 수질분석이 고급강으로 연결
“끊임없는 노력 좋은 결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 마음이 편합니다. 직무능력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최해숙(41·여·품질기술부 화학시험과)씨는 포스코 생활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하며 “수질 성분이 곧 철강품질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중요한 일입니다. 수질 분석이 정확하지 않으면 철강제품에 이상이 생깁니다”고 강조했다. 수질에 이상이 있으면 용광로의 쇳물부터 제선 제강 열연 냉연 등 모든 공정 시스템의 조화를 한 순간에 망가뜨린다. 그는 “고품질의 제품 생산에 수질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원씨는 냉각수를 비롯해 폐수, 식수 등 수질 농도를 PPM(100만분의 1) 까지도 측정한다.
 최씨는 취재진이 찾은 이날도 실험 장비들이 즐비한 사무실에서 수질 분석이 한창이었다.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대부분 과열이다. 냉각수로 식혀야 한다. 이때 냉각수에 염분이 있으면 철이 부식된다. 따라서 냉각수 성분의 좋고 나쁨에 따라 제품의 질도 변한다. 또 폐수는 환경오염과 연결된다. 이영재 냉연분석 반장은 “이곳은 철강 조업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으나, 수질 분석을 소홀히 하면 고급강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다”고 설명했다.
 최씨에게 수질 분석은 처음이었다.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을 스스로 불어 넣었다. 할수록 재미가 붙었다. 여성 특유의 세심함도 한 몫 했다. 선배들의 배려와 성원이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최씨는 고교 졸업후 대학 진학을 열망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뒤늦게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다.
 올해 4학년이다. 앞으로 일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그는 “포스코가 지역발전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한다는 것을 입사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며 수질 분석에 집중했다. 글/이진수기자·사진/임성일기자
 
 
---------------------☞ 포스코 현장주부사원  
 포스코는 지난해 상반기 현장주부사원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 주간 근무, 3000여만원의 연봉, 각종 복리후생 등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30명 모집에 총 4001명이 응시해 1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직업훈련원과 인재개발원에서 6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쳐 올 1월2일 현장에 배치됐다. 현장주부사원들은 `2기 채용은 언제 하느냐. 어떻게 준비하면 되느냐’는 수많은 취업 문의를 이웃 주부들에게 받고 있다. 원씨와 최씨는 “철강산업은 남성 문화다. 그러나 여성들의 몫이 있다”면서 “특히 주부들의 취업기회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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