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 경북도민일보
우산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6.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400년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우산은 비오는 날 쓰는 물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위와 명예의 상징이었다.
 비 안오는 사막인 탓에 햇볕 가리개로 쓰임새가 더 많았던 까닭이다.뜨거운 태양열로부터 고귀한 사람의 머리를 지켜주는 것으로는 일산(日傘)보다 더 좋은 것이 없지 않은가. 우산을 뜻하는 영어 umbrella의 뿌리는 라틴어 움브라(umbra)다.움브라는 `그늘’을 뜻한다.
 종이 파라솔이 방수(防水)기능을 갖게 된 것은 로마여성들의 습관에서 비롯됐다.원형극장에 비가 몇 방울만 떨어져도 여자들은 우산을 펼쳐들었다.이 통에 시야가 가려진 남자들은 공공 장소에서 우산 사용의 타당성 문제를 제기했다.도미티아누스 황제에게 판결을 구했더니 황제는 여성들의 손을 들어줬다.
 여성들은 기름먹인 파라솔로 자신을 보호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다.1세기 때의 이야기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서구 남성들은 우산 쓰기를 극도로 꺼렸다. 우산 쓴 남자는 나약해보인다는 것이었다.이 사회 통념을 깬 사람은 영국인 핸웨이였다. 그는 1750년부터 하늘이 맑은 날에도 우산을 줄기차게 들고 다녔다.
 그 때문에 30년 넘게 받은 조롱과 핍박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남자들이 마침내 `개명’하게 됐다.우산을 사는 것이 마차를 부르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부터였다.
 올 여름은 장맛비의 심술이 유별나다.남북으로 오르 내리며 곳곳에 퍼부어대는 장대비가 무섭게 느껴질 지경이다.이 바람에 지하철에서 파는 우산값까지 슬그머니 올라버렸다.
 “우산은 비가 나리는 때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젖어 있는 마음은 언제나 우산을 받는다. ”작가 신동문(辛東門)의 `우산’에 나오는 대목이다`젖어 있는 마음’으로 우산을 쓴 사람들의 우울한 표정을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그들에겐 한가지 물음이 있다. “어째서 우리는 똑같은 재난을 해마다 겪어야 하는가?”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