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 두 길이 만나는 책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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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두 길이 만나는 책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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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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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 서울총회 코엑스서 개막식…출판계 현안·미래 전망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출판협회 서울총회 개막식에 참석해 노벨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오른쪽), 마이클 케플링거 세계지적재산권기구 부사무총장(왼쪽), 아나마리아 까바네야스 국제츨판협회 회장 등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세계 출판인들의 잔치인 2008 국제출판협회(IPA)서울총회가 12일 오전 코엑스에서 개막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60개국 출판인 700여명이 참가, `책의 길, 공존의 길(Diversity in a Shared Future)’을 주제로 다양한 출판계 현안을 논의하고 출판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예정이다.
 아나 마리아 카바네야스 IPA회장과 백석기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개막식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했고 마이클 케플링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부사무총장,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은 유구하고 찬란한 출판기록을 갖고 있으며 한국인은 강한 호기심과 지적열정이 있다”고 소개한 뒤 “출판정책을 규제에서 진흥과 육성으로 전환하고 우수 도서지원과 물류체제 현대화,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케플링거 WIPO 부사무총장은 `다양성을 위한 지식재산권보호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재산권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미치는 중요성은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포되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지식재산권 보호가 관건인 출판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식재산권 관련 법규 마련과 효과적인 집행에 출판인들이 힘을 보태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동과 서 두 길이 만나는 새로운 책의 탄생’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부처님오신날과 겹친 IPA총회 개막을 축하하면서 한국 출판의 오랜 역사를 설명했다.
 그는 “불교는 출판인쇄문화의 역사에 귀중한 발자취를 남겼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2010년이면 1000년을 맞게 될 목판인쇄물인 고려 팔만대장경을 만든 나라”라고 소개했다.
 또 팔만대장경 등이 절대성을 추구하는 성(聖)의 시스템이라면 구텐베르크의 활자는 기능성과 양을 추구하는 속(俗)의 시스템이라고 비교하면서 “디지털 시대에는 전범성(典範性)을 생명으로 한 팔만대장경과 다량생산으로 시장주의와 산업주의를 연 구텐베르크-마누티우스의 책이 서로 만나 공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오르한 파묵은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내 작품도 무단복제가 상당히 많다”고 소개하고 최근 한글로 번역 출간된 신작 산문집 `이스탄불’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기조연설을 대신했다.
 파묵은 동서양의 교차로에 위치한 이스탄불이 서양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책의 제25장 등을 읽으면서 서구화와 터키 민족주의, 서양중심주의 사고방식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개막식 이후에는 이번 총회기간에 진행될 총 24개 분과별 회의 중 첫 순서로 `책의 길, 공존의 길:출판계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헤르만 스트라우트 IPA 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노리오 고미네 일본출판협회 회장, 프랑스 에디티스출판사 알랭 쿠크 최고경영자(CEO), 미국 존 와일리&선스 출판사의 데보러 와일리 부사장 등이 나서 정보기술 발달과 독서습관 변화, 세계화 등이 출판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했다. 15일까지 이어지는 분과별 회의에서는 번역권, 도서정책, 아시아 출판의 과제와 미래, 중국 출판의 오늘, 아동출판의 경향, 불법복제 대처문제 등이 심도있게 다뤄질 예정이며, 쉴라 캅스 전 캐나다 부총리, 베스트셀러 작가 앤드루 킨, 양더옌 중국출판공작자협회 부회장 등도 분과별 회의에 참여한다.
 IPA는 1896년 출판인 권리보호와 출판·표현의 자유, 저작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출판인들의 모임으로 78개 회원국이 4년마다 `출판 올림픽’으로 불리는 총회를 개최한다. 아시아에서 IPA총회가 열린 것은 1976년 일본, 1992년 인도에 이어 이번 서울총회가 세번째다.
 
 
 
 
부처의 뜻 책속에 서려…
 
부처님오신날 맞아 불교관련 서적 출간 잇따라
 
마음을 비워 자기 본래 모습을 찾으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책들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잇따라 출간됐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축제 등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여서 출판사들은 그동안 준비해온 불교 관련서들을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낸다.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삶의 길을 가르쳐 주는 부처와 출가수행자들의 법문을 담은 책들이다.
 `쉽고 뜻깊은 불교 이야기’와 `붓다차리타’는 시인이자 한학자이며 승려였던 김달진(1907~1989) 선생의 전집 가운데 제8~9권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전집 가운데 `법구경’ 이후 3년 만에 출간된 `쉽고 뜻깊은 불교 이야기’는 사체(四諦), 팔정도(八正道), 보시(布施), 지계(持戒) 등 불교의 기본적 교리를 부처의 설법 속에서 찾아낸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부처가 출가한 이후 고난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고 불법에 귀의시킨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336쪽. 1만5000원.
 
 `붓다차리타’는 불전(佛傳)문학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을 번역한 것이다. 1~2세기 인도의 불교 사상가이자 시인이었던 마명(馬鳴)이 부처의 생애를 궁정서사시 형태로 풀어낸 작품이다. 512쪽. 1만8000원.
 
 `선답(禪答)’(은행나무 펴냄)은 불교저술가인 김성우 씨가 한국 근대불교의 대표적 선승인 경허스님 문하의 선지식 13인의 선문답을 해설한 책이다. 어떤 학인이 “불법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자 만공스님은 “네 눈앞에 있느니라”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학인은 “눈 앞에 있다면 왜 저에게는 보이지 않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만공스님은 “너에게는 너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느니라”라고 대답한다.
 수월·혜월·만공·한암·용성·경봉·춘성·전강스님을 비롯해 지난 3월 입적한 수덕사 방장 원담스님 등의 선문답이 소개돼 있다. 328쪽. 1만2000원.
 
 `행복’을 주제로 삼은 스님들의 법문집이 잇따라 출간된 것도 눈길을 끈다.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안성 석남사 회주인 정무스님은 생활법문을 담은 `행복해지는 습관’(불광출판사 펴냄)을 내놓았다.
 정무스님은 이 책에서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준비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다”면서 “평소 웃지 않는 사람은 웃어야 할 상황에서 웃지못하듯이 행복이 와도 못 느끼므로 매사에 감사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는 등 생활 속에서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르라”고 강조한다. 296쪽. 1만2천원.
 재단법인 행복마을 상임이사이자 명상의 집 원장으로 활동하는 비구니 대화스님은 `내 안으로 떠나는 행복 여행’(장승 펴냄)을 출간했다. 웹사이트 동사섭(www.dongsasub.org)에 올렸던 명상 칼럼을 묶은 것으로 일상의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마음을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돕는 명상과수행에 관한 이야기 등을 잔잔한 글로 풀어냈다. 272쪽. 1만2000원.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금오사상연구소장인 월서스님이 지은 `행복하려면 놓아라’(휴먼앤북스 펴냄)는 “승속(僧俗)을 가리지 않고 계율을 철저히 지킬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과 호계원장을 역임하는 등 종단의 대표적 율사(律師)로 불리는 저자는 “행복이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어서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며, 자신의 삶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만난다”고 강조한다. 400쪽. 1만3500원.
 
 강원도 양구의 산골 암자인 도솔사에 머물고 있는 법상스님이 지은 `부처님 말씀과 마음공부’(무한 펴냄)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법문을 여러 경전에서 뽑아소개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명상과 기도, 참선법 등도 담겨있다. 304쪽. 1만3500원.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미국의 티베트 전문기자 토머스 레어즈가 3년여간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질문한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영성 등에 관한 글을 묶은 것이다.
 첸리시(관세음보살)라는 존재가 티베트인을 만들어냈다는 창조신화부터 7세기 무렵 티베트 제국이 당나라 장안을 점령했던 역사,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달라이 라마의 모습, 환생의 문제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황정연 옮김. 520쪽. 1만8000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종철 교수가 지은 `중국 불경의 탄생’(창비 펴냄)은 인도의불전(佛典)이 한역(漢譯)되는 과정에서 불교가 중국에 끼친 사상사와 문화사적 영향등을 고찰한 학술서이다. 236쪽. 1만7000원.
 
 `은정희 교수의 대승기신론 강의’(예문서원 펴냄)는 서울교대 교수를 역임한 불교학자가 지은 책으로, 대승불교시대 후기에 나타난 불교사상서 가운데 가장 뛰어난논서로 알려진 원효의 `대승기신론’을 이해하기 쉽게 해설했다. 184쪽. 1만원.
 
 1970년대 소설 `만다라’의 모델이었던 현몽스님은 자유분방한 필치로 `금강경’을 해설한 책 `한 나무 아래 사흘을 머물지 않는다’(이가서 펴냄)를 출간했다. 280쪽. 1만2000원. 
 `불교신문’ 기자인 장영섭 씨가 지은 `떠나면 그만인데’(굿북 펴냄)는 `절 속의절’로 불리는 법주사, 통도사, 해인사, 동화사, 범어사, 운문사, 송광사, 화엄사 등주요 사찰의 승가대학인 강원(講院)을 취재해 묶은 것이다. 256쪽. 9천500원.
 
 
 
 
`연꽃’등 김수영의 미발표작 빛 본다   
최근 발굴돼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공개될 예정인 김수영 시인의 미공개 육필 일기.
 
 
 
 “종이를 짤라내듯 / 긴장하지 말라구요 / 사회주의 동지들 / 연꽃이 있지 않어 / 頭痛(두통)이 있지 않어 / 흙이 있지 않어 / 사랑이 있지 않어”(`연꽃’ 중)
 `풀’과 `폭포’의 시인 김수영(1921~1968)의 미발표 시와 일기, 메모들이 무더기로 공개됐다.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실릴 이번 미발표 작품은 1954년 1월에서 1961년 5월 사이의 미발표 시 15편과 일기 30여편이 주축을 이루며 날짜를 명기하지 않은 번역원고와 번역을 위한 영시 필사본 등도 포함돼 있다.
 이는 시인의 부인 김현경 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원고지 뿐 아니라 각종 봉투와 광고지, 엽서 심지어 시멘트 포대 종이 등에 시인의 육필로 쓰여 있다.
 해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시 15편의 경우 청서(淸書)돼 있는 `결별’(가제), `金日成萬歲(김일성만세)’, `연꽃’ 등 3편을 제외하면 초고의 형태로 돼 있어, 아직 완성되지 못했거나 시인이 불만족스러워 발표하지 않은 작품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5편의 시들은 그의 시적 편력과 정신적 궤적을 이해하는 데서 한편한편 간절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고 봐야한다”며 “특히 가열찬 정신의 힘과 비극적 속도감으로 시대의 중압과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그의 치열한 시세계가 빛을 발하는 50년대 시편들이 대량 발굴됐다”고 평가했다.
 50년대 작품 중에는 김수영 특유의 발랄하고 전격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大音樂(대음악)’, 주체성과 자존심을 다시 발견한 자로서의 긍지가 두드러지는 `나의 피’, 엄숙한 선언적 울림을 담고 있는 `결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김수영 시 제3기에 속하는 1960년작 `金日成萬歲’와 1961년작 `연꽃’은 금기어를 사용한 정치적 문제작으로 현실인식과 그 시적 변용 양면에서 기존에 알려진 시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언론자유에 대한 바람을 담은 `金日成萬歲’는 청서 원고에 제목이 볼펜으로 완전히 지워져 있었는데 시인은 나중에 이 시의 제목을 `잠꼬대’로 바꿔 발표를 시도했다가 좌절을 겪기도 했다.
 `사회주의 동지들’에게 혁명은 계속될 것이므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으로 된 `연꽃’에도 `사회주의 동지들’이라는 만만찮은 금기어가 등장하고 있다. 함께 공개된 유고 중에는 이미 공개된 소설 `의용군’ 외에 소설 구상 메모 및 시놉시스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기 속에 시인의 사유와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진술 등도 포함돼 있다.
 김 교수는 “김수영 40주기를 앞두고 이처럼 새로운 텍스트들이 대거 쏟아져나온만큼 이제 김수영 연구는 기존의 공간(公刊)된 자료들에 의존하는 안이함에서 벗어나 본격적이고 총체적인 연구의 단계로 도약할 시점을 맞았다”며 “시, 산문, 일기, 잡문, 메모 등을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김수영 전집과 원본 시전집의 간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굴원고에 대한 자세한 연구 성과는 내달 13일 개최되는 문학세미나`김수영, 그후 40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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