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달 초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발언 이후 △제도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해 안세영을 비롯해 총 22명의 국가대표 선수의 의견을 청취했다.
조사 결과 배드민턴협회의 전반적인 운영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8년까지는 후원사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직접 보너스를 지급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2019년엔 후원사가 ‘협회를 통해’ 선수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심지어 2023년 재계약 땐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한다고만 규정했다. 협회가 이 조항을 적용하면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할 의무가 없어진다.
대다수 국가대표 선수는 이런 내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문체부 조사 과정에서 듣게 됐다고 한다.
또 2017년 당시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전체 후원금 약 361만 달러(약 48억 원)의 20%인 약 72만2000달러(약 10억 원)를 선수단에 배분하는 규정이 존재했으나, 지난 2021년 6월 삭제됐다.
이 역시 선수단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국장은 “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실관계, 전체적인 상금 지원 체계, 다른 종목과의 비교를 통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니폼 로고 노출과 관련해서도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 규정에 따르면 선수의 유니폼에 최대 5개의 후원사 로고를 노출할 수 있는데, 현재 협회는 선수 개인의 후원사 로고 노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국내외 사례를 파악하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김택규 협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에 대해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2023과 2024년 각각 8억 원가량의 후원사 셔틀콕을 구입하면서 1억5000만 원 상당의 셔틀콕을 후원 물품으로 추가로 받았다.
그러나 협회는 이를 명확한 기준 없이 시도별 협회로 배분했다. 협회의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소속돼 있는 태안군 협회로는 약 4000만 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지만 경남도 협회에는 단 3개의 셔틀콕만이 돌아갔다.
또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급된 의류, 라켓, 가방 등 용품에 대한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협회는 2020년부터 후원사로부터 받은 물품을 수기로 관리하고 있는데 접수·불출 명세가 상당 부분 누락된 상황이다.
문체부는 “선수들에게 가야 할 용품들이 대의원, 이사, 공모사업추진위원회, 협회 원로 등에게 지급됐다”며 “김택규 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회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과 달리 성공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임원은 협회 마케팅 규정을 이용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금의 10%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이 금액은 최소 8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에 달한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협회 40명의 임원의 후원액은 김 회장이 낸 2300만 원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전무이사의 개인 계좌에서 김 회장의 이름으로 빠져나갔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국가대표 운영 지침을 바꾸도록 권고하고, 국제대회 시 선수들이 자신이 원하는 라켓과 신발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 28세, 여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규정도 선수들의 의사에 따라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인 선수 연봉도 학력에 따른 연봉 상한 차별을 철폐하고 계약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발 방식과 관련해, 현재 경기력 70%와 평가위원 점수 30%로 선발하는 복식의 경우 객관적인 실력과 무관하게 선발되는 역기능이 있다고 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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