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펜션단지는 ‘북적’
MZ세대 중심으로 바뀐
여행 트렌드 반영된 탓인듯
“활성화 방안 마련 서둘러야”
지난 4일 저녁 경주 보문단지는 불타는 금요일(불금)인데도 불구 한산했다.
전날 휴일인 개천절을 끼워 연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오리배 선착장 인근 야외공연장은 십 여명의 관광객들만 보였다.
벚꽃 시즌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보문호수를 낀 산책로도 마찬가지.
사람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대신 인근 놀이공원에서 들려오는 수직낙하 하는 놀이기구를 탄 젊은이들의 함성과 비명이 보문호수의 한적함을 깨웠다.
인근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받아 야외 테이블에 십 여분간 앉아있었지만 커피 주문을 하는 다른 손님은 보기 힘들었다.
인근 특급호텔 로비도 연휴 낀 불금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했다. 호텔 객실도 불켜진 방보다 불꺼진 방이 더 많아 보였다.
영업을 중단한지 십여 년이 되어가는 보문단지 한 호텔은 어두움 속에 을씨년스러운 자태를 드러냈다.
이날 저녁 유달리 보문단지 조명이 어두워 보였다. 중앙분리대 화단은 어두운 탓에 운전을 하다 자칫 들이 받지 않을까 걱정됐다.
보문단지를 빠져 나오는 길에 눈에 띈 유명 대형리조트.
예전 같으면 야외 물놀이를 하는 관광객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리고 방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던 곳.
그러나 이날 본 풍경은 건물 전체가 블랙아웃 상태였다.
알고보니 영업을 중단하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부터 1년 동안 건물전체 리모델링을 위해 휴업중이라고 한다.
보문단지의 썰렁한 풍경과 달리 조금 떨어진 북군동의 펜션들은 방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천북 방향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펜션 주차장엔 차들이 빼곡했다.
MZ세대들을 중심으로 바뀐 여행 트렌드 반영탓 같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친구들끼리 단체로 펜션을 잡아 숙식을 해결하고 여가를 즐긴다.
한 때 경주의 대표 관광명소인 보문단지는 이런 여행 트렌드의 영향을 받고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경주의 핫플은 황리단길이다.
황리단길은 주말 주중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린다. 불금에도 찬바람만 쌩쌩부는 보문단지와 비교된다.
경주시는 관광특구 지정 30주년을 맞아 보문지구에 대해 경관 조명사업, 상징 조형물, 관광편의시설 조성, 식물원 건립을 비롯해 APEC 정상회의를 맞아 HICO 및 숙박시설 리모델링 등 보문관광단지 리노베이션 추진계획을 내놓았다.
경주는 풍부한 역사 문화 관광자원으로 인해 각종 조사에서 국내 인기 여행지 상위에 랭크될정도로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그러나 여행 트렌드가 바뀌는 만큼 옛 명성에만 안주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보문단지를 찾은 한 50대 관광객은 “보문단지가 활성화 되길 바란다”며 “경주시와 관광당국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보문단지를 살릴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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