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의원, 감사원 감사와 관계자 징계 요구
김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 추진과정에서 2023년 9월 건설허가 나기 8년 전인 2015년에 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 등 주기기를 선발주하고, 2023년 3월에야 계약을 체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절차를 밟았다. 인허가를 마치지 않고 주기기 제작에 들어가 원전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건설허가를 취득하기 위해 사업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와 ‘품질보증계획서’를 제출을 해야한다. 두 보고서에는 모두 원자로의 설계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원자로가 안전한지,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건설허가가 나는데, 실제 기기는 먼저 제작하고 설계도는 나중에 제출한 것이다.
김 의원은 “원자력안전법 상 건설허가 전 먼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굴착과 콘크리트공사로 제한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안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면서 “원전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한 미명 하에 안전 검증이 되지 않은 주기기를 몇 년 전에 먼저 만들기 시작하는 건 한수원이 국민안전은 물론이고 법령도 무시하겠다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주기기 제작 관련 현행 법률이 없고, 선발주는 한수원과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기 때문에 인허가와 별개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한수원이 법령을 제멋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령인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은 해당 ‘규칙에 규정되지 않는 사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이하 ’국가계약법‘)을 준용한다’고 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원전 주기기 제작 관련해서는 법령이 없는 게 아니라 국가계약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가계약법은 계약의 목적, 금액, 지체상금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계약서에 기명하고 날인해야 계약이 확정된다고 정해져 있다”며 “계약 전 선발주를 먼저 한 건 엄연히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유사한 판례와 감사 결과도 있다. 2009년 대법원은 군인공제회가 금산군과 구두로 사업용역을 합의하고 기기를 발주했다가 계약이 안되자 소송을 건 사건에서 국가계약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원전업계의 선발주 관행은 일단 주기기 제작에 들어가면 매몰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원전업계의 알박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공론화를 통해 신한울 3,4호기가 취소되자 이미 선발주를 해버린 한수원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소송 예고까지 받았다. 한수원은 버티기로 일관했다가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한울 3,4호기 재추진을 발표하자 두산과 화해하고 주기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