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의 때의 일이다. 영공은 궁녀들에게 남장(男裝)을 시켜놓고 완상(玩賞,좋아서 구경하는 것)하는 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이러한 취미는 곧 백성들 사이에도 유행되어 남장을 한 여인이 날로 늘어났다. 그러자, 영공은 재상인 안영에게 `궁 밖에서 남장하는 여인들은 처벌하라.’는 명령(命令)을 내리게 했다. 그러나 그 유행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영공이 안영에게 그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궁중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의 여인들에게는 금령(禁令)을 내렸습니다. 이는 `밖에는 양 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羊頭狗肉]’과 같습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공과 같은 후보자가 난무, 고사 한구절을 살펴보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약을 발표하면서 `양두구육’식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민단체들과 언론사들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용어인 매니페스토란? 후보자는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그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따져본 후 투표하자는 것.
이번 선거에서는 메니페스토 운동에 동참하는 후보가 크게 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실천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로 확신이 가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매니페스토 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서명한 후보들까지도 `양두구육’식 공약을 남발, 더 실망스럽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모두 공약 선거를 공약으로 내 건 이상 반드시 실천 가능한 공약만 내 놓아야 할 것이며 공약은 반드시 지키는 관례를 남겨야 할 것이다.
이제 양두구육 공약을 했다가 큰 코 다졌다는 하소연이 나오도록 유권자의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강동진기자 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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