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절 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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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절 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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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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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여 어느덧 가을입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태양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 주시옵소서/ 일 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 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주소서/ 과실이 익을 대로 잘 익어/ 마지막 감미가 향긋한 포도주에 깃들 것입니다….’  R.M 릴케는 시 `가을날’에서 이렇듯 `위대한 여름’이 끝나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작렬하는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는 데 이르러선 끝나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미련의 농도를 짐작할 만하다.
 숨막히는 더위와 사람을 환장케 만드는 열대야가 계속되는 이즈음 뜬금없이 웬 가을타령에다 여름 예찬 시구(詩句)냐고 핀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심사는 분명하다. 제 아무리 살인적 폭염이랄지라도 이미 기울어 가는 그 기승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위라도 될까봐 끌어댄 가을 시다. 사흘 전 입추를 넘겼고, 그제는 말복도 지냈으니,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올해는 9월초까지 덥겠다는 예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초가을이란 뜻의 맹추월(孟秋月) 음력 7월도 중반을 이미 넘겼으니 올 여름 더위도 이제 마무리를 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예로부터 바닷물조차도 양력 8월 10일이 넘어가면 급격히 차가워진다. 그래서 해수욕장을 찾는 이도 이즈음이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격감한다. 이번 주말이 그럴 것이다.  
 엊그제 경기도 이천의 어느 벼논 노지 벼가 누르스름하게 익어 고개를 숙인 신문 속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미상불 바야흐로 가을채비를 해야할 시기이다. 김장용 무, 배추 씨앗도 뿌리고 밭둑에서 익어 가는 호박 밑동에 짚으로 엮은 똬리도 받쳐 줘야할 때이다.
 산 너머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높푸른 가을 하늘이 두둥실 실려오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마지막 잔서(殘暑), 너무 짜증내지 말고 이겨낼 일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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