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채소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라고 한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는 설이 지금까지의 통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어원을 고초(苦椒 또는 苦草)로 보며, 중국 전래설을 주장해 왔다. 김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고 먹었는데, 고추는 왜 임진왜란 때부터란 말인가. 이런 의문을 갖고 일본 전래설이 영 마음에 걸리던 건 호미곶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어쨌거나 다행스럽게도 이를 뒤집는 뉴스가 전해졌다.
임진왜란이 있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네 한국인이 고추를 먹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책임연구원의 노력의 결과다. 1487년(임란발발은 1592년)에 나온 구급간이방는 “몸이 안 좋을 때 고쵸(고추)를 먹으라”고 했고, 1527년간 훈몽자회에도 초(椒)를 `고쵸’라고 적고 있었는 것. 1433년 간행된 향약집성방에도 고추장을 초장(椒醬)이라 했다 하니 최소한 세종 때 이미 고추와 고추장을 먹은 셈이다.
고추는 콩과 함께 우리 민족의 가장 기본적인 양념재료다. 오늘날 김치 없는 식탁을 생각할 수 없듯이 고추 없는 김치 또한 생각하기 어렵다. 고추는 김치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입맛유전자가 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서조차 고추는 한국서 전래했다고 했다는 데, 우리 사학계에선 그동안 왜 일본 전래설에 함몰돼 있었을까. 이제라도 고추가 임진왜란이 가져다준 일본 것이 아니라고 밝혀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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