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회의 열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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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회의 열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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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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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라 하는 물건은 당초에 하나님이 만드실 때에 특별히 영혼과 도덕심을 넣어서 다른 물건과 다르게 하셨건만… 지금 세상사람들 은 모두 악하고 부정하여 도리어 하나님의 은혜를 배반하는 일이 많도다. …백성을 해롭게 하여 나랏일을 결딴내는 소인놈도 있으며 부모는 자식을 사랑치 아니하고, 자식은 부모를 효도로 섬기지 아니하며 형제간에 재물 때문에 골육상잔을 일삼고, 부부간에 음란한 생각으로 화목치 아니한 자 많으니….” 
 100년 전에 안국선이 쓴 신소설 `금수회의록’에 나오는 말이다. 요 며칠 새 지상에 보도된 몇 건의 패륜 사례가 어찌 저리도 금수회의 주재자의 회의 개최취지 설명과 닮았는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본다. 까마귀가 말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함이 하나님의 법이라 우리는 그 법을 지키건만 사람들은 주색잡기에 빠져 부모 뜻을 어기며 형제가 재물로 싸워 부모 마음을 상하게 하며….”
 추운 겨울날 노부모를 냉방에 가둬놓고 멀리 강원도로 장기 여행을 떠남으로써 아버지를 얼어죽게 만든 서울 강남의 한 패륜아는 아버지가 대학 못나온 동생에게 재산을 몽땅 줬다는 데 대한 앙심으로 그랬단다. 부모자식간 의절도 모자라 `밥 얻어먹으러 왔느냐’며 어버이를 얼려 죽인 자식을 까마귀는 무슨 말로 비웃을까. 
 경남 거창에서 한 농부는 여색질을 이유로 용돈을 안 주는 아내를 죽이려는 마음으로 아내가 먹을 밥에다 농약을 비벼두었더란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불륜을 의심하여 아내에게 칼을 휘두른 한 사내를 그저께 구속했다. 또 한쪽에서는 부모된 도리로 살고 있는 집까지 저당 잡혀 빚을 내 아들 내외를 도왔건만 끌어다 쓴 돈을 갚기는커녕 늙은 부모의 생활비도 주지 않은 아들에게 `부모님께 3800만원을 갚으라’고 창원지방법원은 3일전 판결했다. 까마귀가 반포지효를 설명하며 인간 불효를 비웃는 금수회의가 다시 열릴지도 모를 세상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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