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 안국선이 쓴 신소설 `금수회의록’에 나오는 말이다. 요 며칠 새 지상에 보도된 몇 건의 패륜 사례가 어찌 저리도 금수회의 주재자의 회의 개최취지 설명과 닮았는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본다. 까마귀가 말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함이 하나님의 법이라 우리는 그 법을 지키건만 사람들은 주색잡기에 빠져 부모 뜻을 어기며 형제가 재물로 싸워 부모 마음을 상하게 하며….”
추운 겨울날 노부모를 냉방에 가둬놓고 멀리 강원도로 장기 여행을 떠남으로써 아버지를 얼어죽게 만든 서울 강남의 한 패륜아는 아버지가 대학 못나온 동생에게 재산을 몽땅 줬다는 데 대한 앙심으로 그랬단다. 부모자식간 의절도 모자라 `밥 얻어먹으러 왔느냐’며 어버이를 얼려 죽인 자식을 까마귀는 무슨 말로 비웃을까.
경남 거창에서 한 농부는 여색질을 이유로 용돈을 안 주는 아내를 죽이려는 마음으로 아내가 먹을 밥에다 농약을 비벼두었더란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불륜을 의심하여 아내에게 칼을 휘두른 한 사내를 그저께 구속했다. 또 한쪽에서는 부모된 도리로 살고 있는 집까지 저당 잡혀 빚을 내 아들 내외를 도왔건만 끌어다 쓴 돈을 갚기는커녕 늙은 부모의 생활비도 주지 않은 아들에게 `부모님께 3800만원을 갚으라’고 창원지방법원은 3일전 판결했다. 까마귀가 반포지효를 설명하며 인간 불효를 비웃는 금수회의가 다시 열릴지도 모를 세상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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