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다’는 시쳇말
  • 경북도민일보
`개 짖는다’는 시쳇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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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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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더니….’ 어느 자리에서 대통령이 `바다 이야기’를 하면서 인용했다는 이 속담이 꼬투리가 되어 요 며칠 새 신문에 `개 짖는’이란 표현이 유행처럼 잇따른다. `개는 2년 전에 벌써 짖었는데도 못 들었다’느니, `개 짖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귀를 막았다’느니 하는 공방이다. 그 바람에 떠올려 본 한자 `吠(개 짖을 폐)’는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을 나타낸 회의(會意)문자다. 그러나 그 발음은 개 짖는 소리를 흉내낸 `폐(fei)’다. 글자는 표의(表意)문자지만 발음으로 보면 표음(表音)문자인 셈이다.
 이 글자가 들어가는 낱말로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하여 국어사전을 뒤적여보아도 `吠’로 시작되는 단어는 없다. 내친김에 중국어 사전을 들춰보니 용례로 딱 한 마디가 나온다. `폐형폐성(fei xing fei sheng)’. 일견폐형 백견폐성(一犬吠形 百犬吠聲)의 준말이다. 개 한 마리가 짖는 꼴을 하니, 백 마리가 따라 짖는다는 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덩달아 따르는 맹목, 곧 부화뇌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대화를 하면서 속담을 재치 있게 적절히 구사할 줄 아는 것은 좋은 재주다. 백 마디 설명보다 더 효과적일 경우도 많아 상대방의 부러움도 사는 말솜씨다. 하지만, 지체 있는 사람이라면 경우에 따라 그야말로 `속된’ 말은 자제하는 것도 품위라면 품위다. 갑자기 정치판에 `개 짖음’ 표현이 많이 나와 듣고 읽는 국민이 되레 민망한 요즘이다.
 온 국민이 대통령의 말솜씨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점잖은 자리였을 계제에서 이런 표현은 피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더라면 별로 품위 있어 보이지 않는 개 이야기가 요즘처럼 뜨지는 않았을 걸 싶어 해보는 소리다. 하지만 이렇게 한 마디 하고 보니 호미곶자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시쳇말 대열에 덩달아 `개 짖는 소리’ 한 마디 보태는 것 같아 그 또한 어쭙잖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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