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 오늘의 나와 닮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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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 오늘의 나와 닮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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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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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들의 기억’展 21일까지 동아미술관 개최
 7명 작가들 자신의 경험 바탕으로 기억의 작업 담아

 
 
`지나간 것들의 기억 (Remembrance of Things Past)’展 이 오는 21일까지 동아미술관에서 열린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생각지도 않았던 그 순간으로 단번에 이동 할 때가 있다. 우발적이고 무의식 속의 기억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어느 지점으로 맞닥뜨릴 때, 우리는 그 과거에서 현재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곧 과거가 오늘의 자신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7명의 작가들은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난 간 것들의 기억을 담아 작업을 풀어가고 있다.
 
 
  ◇ 홍찬근作, 옥계계곡= 경북 영덕군에 소재한 옥계계곡은 영덕에서 청송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천연림으로 뒤덮인 팔각산과 동대산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깊은 계곡이다.
 특히, 기암석벽과 어우러져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드는 풍경은 장관을 이루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맑은 소(沼)를 바라보며 경치를 즐겼던 침수정의 아담한 모습은 자연을 동경하고 조화되고자 하는 동양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사물을 본다는 것은 그 속에 보이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다. 옥계계곡의 경험과 기억의 잔상들을 통해 내가 걸었던 그 길을 화면 속에서 다시금 표현해 본다.
 
 
 

  ◇ 전리해作, 잿빛 흔적 = 대구의 저탄장 공간을 둘러 본 후, 재의 빛깔과 같이 흰빛을 띤 검은 빛 인상을 담았다. 주변 곳곳의 잿빛 흔적에 주목하고 낡은 공간 속에 본인의 흔적을 덧대어 나타내고자 한다.
 오랜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 그을음은 공간의 재인식을 통해 보이는 것과 나타내고자 하는 것 사이에서 회화적 이미지로 재창출해 다시 그 공간에 설치됐다가 자연스럽게 파괴되는 것으로 진행된다. 작업은 수 십장의 신문지에 먹칠을 해 말린 다음 덧포갠 모양으로 공간 속에 스며들듯 설치된다.
 
 ◇ 배윤정 作, Being transformed Milk carton = 우유곽은 본인에게 유년시절의 불쾌한 기억의 소환이다. 즉 우유곽은 억지로 우유를 마셔야만 했던 기억과 더불어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했던 학창시절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화상인 것이다. 직선으로 이뤄진 획일적인 우유곽의 형태는 부패돼 곧 터질 것 같은 팽창된 모습으로 변형돼 있다. 이와 같이 과장된 곡선으로의 조형적 변형은 우유곽이 가진 본질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흰 바탕인 곽의 표면에 물감으로 회화적 표현으로 우유곽이라는 비개성적이고 복수의 제품을 단일한 존재로 결정짓게 한다. 직선 속의 곡선, 빈 곽의 팽창, 흰 바탕 위의 회화적 무늬등과 같은 모순된 점이 상재해 있는 이 작품은 우유곽이 가진 물리적 측면과 본인이 우유곽에서 느끼는 심리적 측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 허 영作, 늦은 봄 그와 이별하다 = 쉽고 편안하며 일러스트적인 느낌이 지배적이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캐릭터적인 느낌이 강해서 더 그럴 수도 있다. 작가는 간결한 드로잉과 여러 색채들의 조화에서 보여 지는 아름다움에 매료당해, 그것을 즐기고 실천한다. 그림이란 단순히 내용 전달과 색을 채워 넣는 수단에만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림을 통해 성찰과 마음 정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
 
 ◇ 김태진作, drawing-고양이 = 작가는 컴퓨터를 켜고 이런저런 것들을 보다가 고양이만 열댓 마리 그렸는데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 장 미作, `Forest of reminiscence’ 전시전경 = 1년 동안 캄보디아에서의 경험들은 작가의 삶과 목적과 방향을 바꿔놓았다. 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보고 느낀 것은 역설적으로 한 없이 나약하고 어리석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봤다.
 삶의 가치라고는 물질과 명예 밖에 몰랐던,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인생의 계획을 세웠던 모습들. 삶에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살았다는 깨달음에 그들과 함께 하며 그 곳에서의 삶을 작품으로 풀어나갔다.
 캄보디아에서 교실에 모인 아이들에게 칠판에 그림을 그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칠판에는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판서의 흔적들이 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었다고 한다.
 결국 작가가 그린 그림도 다 지워지지 않고 얼룩으로 남았다. 그 곳의 기억을 아른아른 남아 있던 칠판 글씨처럼 표현해 기억의 흔적과 작품의 흔적들로 소통하고자 했다.
 
 ◇ 황국주, 잔상 (afterimage) = 일상의 감성적 경험을 시각화 하고자 했다. 일상에서 떨어져 나온 기억의 단면들은 그 순간의 감정적 증폭과 함께 이미지로 각이된다. 이렇게 각인된 이미지들은 오래 동안 풍화와 침잠을 거듭하면서 내면 깊은 곳에 잔상을 맺는다. 응축되고 결합될수록 단단해지는 종이가 가지고 있는 물성적 성격을 이용, 풍화와 침잠을 거듭해 화석처럼 굳혀지는 감성을 시각화 하고 있다.
  /이부용기자 lby@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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