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차는 더 무섭다. 고속도로에서 큰 차 옆을 달리다보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캄캄한 밤에 좁은 길을 앞서 달리는 소형차는 화물차의 `밥’이다. 뒤에서 비추는 전조등 불빛이 거울에 정통으로 반사돼 눈을 부시게 하는 까닭이다. 그 반대는 화물차가 앞서 가는 경우다. 당장 앞이 안보이니 신호등이고,도로표지판이고 볼 수가 없다. 법규대로 안전 운전을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있는 방도가 없게 되고 만다. 마치 골리앗에게 앞길을 빼앗긴 신세랄 수 있다.
과속만 `난폭운전’은 아닐 게다. 다른 운전자가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면 이 또한 난폭운전이다. 난폭운전이라고 하면 영어로는 `wild driving’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한다. `reckless driving’이라고 해야 제대로 된 영어라고 한다. 무모하고 위험하며 분별마저 없으니 어감만으로도 이 쪽이 훨씬 그럴싸하다.
교통법규에 `화물자동차 지정차로제’라는 게 있다. 편도 2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화물차의 1차로 운행을 금지하는 제도다.시행한지 다섯 달째다. 제도자체를 모르는 화물차운전자도 있을 정도로 포항에서는 이 제도가 시쳇말로 `무늬뿐’이라고 한다. 철강공단이 있어서 그렇다나 보다. 신문기사를 보면 경찰마저 단속할 뜻이 별로 없는 것만 같다.경찰은 “단속에 위험이 따르고 어려움이 많아서 업주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계도위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단속권을 가진 경찰마저 위험을 느낀다면 일반 운전자는 어떨 것인가.그러니 제도는 있으나 마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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