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탈루스는 물이 턱까지 닿는 강 한가운데 세워졌다. 머리위엔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뭇가지가 뻗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이면 물은 멀어졌고 과일가지는 손을 뻗기만 하면 바람에 흔들려 뒤로 물러났다. 이 환장할 상황을 두고 한자어로는 감질(疳疾)이라고 하거니와 `감질나게 하여 괴롭히다’는 뜻의 낱말 `탠털라이즈tantalize’는 그리스신화에서 벌서고 있는 이 탄탈루스에서 파생했다.
동해남부선철도 복선화사업이 처음부터 `찔끔공사’로 일관하여 지역개발을 바라는 동해안사람들을 감질나게 하고 있다. 당초 2003년부터 2012년까지를 기간으로 정한 울산~포항 간 복선화사업인데,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열차가 쌍방향으로 쌩쌩 달려야 하지만 웬걸 `하세월’이다. 시작이 계획보다 6년이나 늦은 2009년 4월에야 이뤄진데다 예산 또한 매년 쥐꼬리 `감질예산’이니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전체 계획예산의 8.1%가 고작 투입되었고, 이런 진도라면 2018년에나 다 된다지만, 그 또한 믿을 수 없다.
“앞 정권 때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도 억울한데 지금도 이러느냐”는 게 지역정서다. `대통령 출신지인데…’ 운운하자는 게 아니다. 이 정부가 그토록 외쳐오고 있는 `녹색성장’은 탄소배출을 근원적으로 줄이는 철도시대가 선도할 수 있다는 것과, `평창2018’의 동해안철도 수요를 말하고픈 거다. 완성된 동해남부선을 기다리는 낙후지역 동해안 사람들은 탄탈루스처럼 `감질나는 갈증과 허기의 고통’을 처음부터 점지 받은 운명체인가. 그래서 그 감질의 고통을 숙명으로 여겨야 하는가. 동해안 사람들로서는 동해남부선사업이 거의 고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감질공사’라고 원망을 하면 지나친 엄살이 될까. 정재모/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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