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속살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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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청사 속살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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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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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만의 글 가운데 `방의 숙명’이란 게 있다. 그 한 대목을 먼저 옮겨본다. “ 우리가 진실로 유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방에서의 생활은 사상을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은 이어진다. 그는 “ 누가 언제 문을 확 열어젖히고 들어올는지 모르는 개방적이요, 불안스러운 우리네 방 속에서 어떻게 우리들이 체계있는 사색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썼다. 우리의 가옥 구조를 생각하면 생뚱맞은 소리도 아니다. 방문을 닫고 조그만 소리로 이야기해도 밖에서 다 들을 수 있으니 비밀이란 게 지켜지기는 애초에 어려운 구조다.
  큰집, 큰방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은 대체로 공통돼있는 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늑한 방, 평수 작은 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것만 같다. 언젠가 무척이나 넓어보이는 누군가의  집무실을 찾아간 일이 있다. 방이 어찌나 큰지 방 주인이 작게 보일 정도였다. 뻥튀기를 하면 사무실 집기들이 차지한 공간을 포함해  축구장 절반은 되어 보였다. 그러니 그 방에서 골프 스윙연습, 퍼팅연습인들 못하랴. 그러다 땀나면 샤워하면 될 것이고.   방이 커서 좋은 발상을 많이 했는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호화청사의 속살빼기가 어지간히 성취된 모양이다. 전국 244개 자치단체 가운데 90% 정도가 법정 기준에 맞게 조정됐다는 소식이다. 달리 말하면 아직도 10%정도는 기준 초과라는 소리가 된다.
  이 가운데 포항시청사가 들어있다. 몇 년 전 지을 때부터 호화청사라는 별호를 달고 다니더니 이 칭호를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고심한 끝에 많이 줄였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공간이 남아있다나 보다. 이번에도 해결못하면 또 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이제까지 받지 못한 교부세가 33억원에 육박한다. 그러고 보면 집이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닌가 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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