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벽’뛰어넘어 “희망을 빚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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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벽’뛰어넘어 “희망을 빚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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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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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황영옥 할머니
 5년전 건너와 3년째 `연변만두’팔아
“어려운 이웃들 도우며 사는게 소망”


 “도움을 받기보다 먼저 손 내밀고 도움 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 아이요”
 포항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편의점 옆. `연변만두’라는 상호의 조그만 입간판이 보인다.
 3년째 정성스레 빚은 `중국식 꼬마 만두’를 팔아오고 있는 황영옥(62) 할머니의 삶터다.
 만두가게라고 해봤자 세 평 남짓의 허름한 공간.
 그러나 이곳은 황 할머니에겐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만두가 유달리 맛있다는 소문에 17일 오후 `연변만두’를 찾았다.
 “어서 오시라요”
 억양을 봐서 고향이 강원도인 듯 했다.
 하지만 중국 연변(延邊)의 왕칭이 고향인 조선족 할머니였다.
 대뜸 맛있는 만두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중국과 한국만두의 장점만 모아서 그런가”라며 웃음짓는다.
 할머니는 5년 전 한국에 건너왔다. 가난이 싫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가정부를 비롯한 식당, 노래방, 여관 등지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임금 체불과 각종 사회적 편견 등 `험한 꼴’을 당해야만 했다.
 힘들게 모은 돈을 사기당해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단지 조선족이라는 것이 이유였다”고 할머니는 회상했다.
 지난 2002년에는 여비가 없어 남편 장례식에 참석치 못해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기도 했다.
 그래서 한때 저주받은 운명이라 생각하며 세상을 원망도 했다. 울부짖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뉴스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룬 사람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들의 성공한 모습을 보고 난 뒤 늙어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이후 절망하지 않기 위해, 생으로 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그때가 2004년.
 처음에는 재고가 쌓여 인근의 독거 노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었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중국식 수제 만두’를 찾아 외지인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이미 의사와 교수, 방송국 직원 등 매니아 층을 형성할 만큼 할머니의 만두 맛은 호평이 나 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면 새벽 3시까지 주문이 이어질 정도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해 배달할 엄두를 못 내 수입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연중 쉬는 날이 없는 할머니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정성으로 빚은 만두로 할머니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진정한 행복을 맛보고 싶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양로원을 방문해 불우한 노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할 예정이라요. 부지런히 만두를 빚어 돈을 벌고 있지요”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이 소녀처럼 설레어 보인다.
 할머니는 이제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나누기 위해 만두를 빚고 있다.
 때론 힘든 현실 앞에서 좌절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오늘날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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