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우리의 정서는 서정주의 `미당산문’에 잘 그려져 있다. “아주 여러 모로 소나무의 생김새와 풍기는 은유를 보고 느끼고 생각해 오고 있지만, 이렇게 못난 양하고 까슬한 나무도 세상에 더는 없어서 이것도 딱한 때의 우리 꼴과 흡사하여 거기 착 우리를 포갤 만하거니와, 이 사철 변덕이라고는 눈에 삼삼한 갈매초록의 바늘잎사귀들, 그 잎사귀의 구름 같은 무더기들을 싣고 최상 풍류의 선으로 굽어뻗어 우리의 수미(愁眉)를 펴게 …” 미당의 글은 이어진다. 그러나 예까지만 옮겨도 그나 우리나 마음이 하나로 포개지기는 마찬가지다.
경주컨트리클럽(CC)이 소나무 1400그루를 옮겨 심은 때는 지난 2010년 6월이었다. 이 가운데 살아있는 소나무는 711그루뿐이라고 한다. 절반이 말라 죽었다. 때문에 경주CC와 조경업자 사이엔 이식공사 대금 결제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계약 내용의 해석을 둘러싸고 서로 `녹비에 가로왈자’를 쓰고 있으니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가 날리 없다.
제3자로서는 이들의 다툼에 무덤덥할 수밖에 없다. 그저 죄없는 소나무들만 떼죽음했구나 싶어 아깝기만 하다. 조경용 소나무는 값이 대단하다. 경주 CC에 옮겨 심었으니 얼마나 잘 생긴 나무였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 소나무들이 본래 서있던 고향은 어디일까? 어딜 가나 외롭게 서있는 조경용 소나무를 보면 이런 생각부터 드니 마음이 `좁쌀’이어서 인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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