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병고 속에서도 주옥같은 언어들을 시의 샘에서 길어 올렸던 권정생 시인. 그가 소망했던 예쁜 동시집이 나왔다. `나만 알래’가 그것이다. 이 책은 98편의 시가 수록된 첫 동시집 `동시 삼베 치마’ 가운데 42편을 엄선해 새로이 엮었다.
권 시인은 서른한 살 때 일본에 있는 형수에게 편지를 보낸다. 내용은 이렇다. “시는 200편 정도 완성되었습니다. 죽기 전까지 예쁜 동시집 한 권에 싣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한 가지 소망은 들어주시겠지요.”
이번 동시집은 그 소망의 완결판이다. `동시 삼베 치마’ 수록작 중 심한 안동 사투리 때문에 요즘 어린이들이 알기 어려운 말들은 알기 쉬운 시어로 바꿨다.
권 시인의 동시 사랑을 지극했다. 그 시언들에는 향토색 진한 사투리나 고어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손수 종이를 자르고 그 종이에 펜으로 시를 적고, 색연필로그림을 그리고, 풀칠을 하고 실로 꿰매 동시집을 만들었다.
“청개집에 망개집에/새댁네들 모시 치마/뽀이얗고 반지랍고/주름도 조그라압고//삼월이야 봄 왔다고/모시 치마 입으란다//빨랫줄에서도 일러 준다/지붕 위에서도 일러 준다//청개집에 망개집에/새댁네들 모시 치마/뽀이얗고 반지랍고/주름도 조그라압고.”(`제비’ 전문)
문학동네. 116쪽.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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