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운데 가장 더러운 물로 꼽히는 것은 구정물이다. 독성으로 따지면 공장 폐수가 단연 앞설 게다. 또한 고약한 냄새로 치면 가둬놓아 썩은 물을 따를 게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구정물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늘 보고 사는 탓이 아닐까 싶어진다. 빨래한 물, 설거지하고 난 물 따위다. 어쩌다 실수로 뒤집어 쓰는 물이 설거지물이다. 코미디 소재로 가끔 볼 수 있는 게 구정물이다.
고지랑물이라고도 한다. 더러운 것이 섞이거나 썩거나 한 물이다. 구지렁물이라고 하면 고지랑물보다 어감이 더 커진다. 이름이야 어찌됐건 이런 물이 한 곳에 모여서 시궁창을 이루면 구중중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곳엔 시궁쥐가 날쌔게 드나든다. 시궁쥐의 놀이터로 그치지 않으니 탈이다. 세균까지 옮기고 퍼뜨리니 시쳇말로 `비호감’일 수밖에 없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포항시 관계자도 잘 알고 있는 현장인 모양이다. 그는 “악취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보도되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구나 싶기까지 하다. 시궁물이 흘러드는 해수욕장이 이곳 뿐일까? 몇 년 전엔가 포항시가 관리하는 다른 해수욕장도 이와 똑같은 일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돼있는지 궁금해진다. 한번 잘못 박힌 인상은 이렇게 오래 가니 탈이다. 관광명소를 목표삼는 포항시의 오점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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