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 김용언
노인 학대
  • 김용언
  • 승인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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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에도 바쁜 노인이 손톱은 왜 먹었을까?” 칼에 찔려 숨진 노인에게서 나온 손톱에 의문을 품은 수사관의 말이다. 칼질이 서투른 범인 아들은 노모를 찌르다 자신의 손톱을 베어 마루바닥에 떨어뜨렸다. 죽어가던 노모는 이 손톱이 눈에 띄자 아들의 죄를 덮어주려고 손톱을 주워 입 속에 집어넣는다. 영화 제목이 `공공의 적’이었던가? 다른 것은 다 잊었는데 이 대목만은 용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지난 15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었다. `노인의 날’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학대 인식의 날’이었을까? 노인 학대 사례는 살해뿐만이 아니다. 대구시만 하더라도 2009년 144건 이던 것이 2011년엔 158건으로 늘어났다. 학대행위자는 아들을 비롯한 가족이 69.6%이고 정서적 학대가 40.9%나 차지한다. 정서적 학대는 언어폭력, 무시 행위 따위다. 경북이라고 다를 게 없을 게다.

 늙바탕에 `늙다리’ 소리 듣는 것만큼이나 맥풀리는 노릇도 없겠다. 학생 때는 노인 공경하는 옛시조를 줄줄 외우던 그 입에서 “늙쟁이” “늙은데기”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면 기막힌 노릇 아닌가. `어르신 학대’를 대표하는 속담의 하나가 `늙은 영감 덜미잡기’다. 용례 한 대목도 옮겨본다.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는 데 부채질하기…빚값에 계집뺏기, 늙은 영감 덜미잡기, 아이밴 계집 배차기….” <고전-흥부전>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노노부양’이다. 예컨대 70대 자식이 90대 부모를 모시는 경우다. 이런 가정에서는 노인의 위계가 확실할까? 그러나  늙은 남편이 늙은 아내를 학대하는 사례가 소개됐고 보면 모를 일이다. 그 반대 현상도 있을 것 아닌가. `등 긁어줄 사람’보다 `효자손’이 더 쓸모 있는 시대인가? 소비는 선진권이라는데 의식은 보릿고개 시대만도 못하니 탈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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