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정부가 당정협의에서 7개 항목만 공개하는 `무늬뿐인 민간 분양원가 공개’에 합의한 데 대해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검증위 설치를 골자로 한`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분노와 자성을 담은 글을 썼다. “국민의 90%가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한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이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렇게 하고도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정치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분양원가공개가 전면적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전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분양원가가 시장 실패를 교정할 첫 출발점이라는 사실, 부동산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 교정장치라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그러나 당정이 발표한 분양원가공개는 국민적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허망한 내용에 불과하다.
주택이야말로 `의식주’ 중 하나로,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 필요조건의 하나다. 주거는 기본권이다. 주거는 인간 존엄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다. 주거는 현대 복지국가가 보장해야 할 필요적 안전망이다. 우리 헌법 질서는 한정된 토지와 주거에 대해 공개념과 기본권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복지수준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만능주의’와 `관료독재’, 국민주권 위에 군림하는 집권여당과 참여정부의 `무능’은 헌법적 가치를 철저히 무시한다. 이들에게는 `시장신(市場神)’만이 존재한다. 시장은 헌법적 가치를 초월하는 절대불가침의 영역이다. 이들은 `시장의 우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시장주의자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주택이라는 시장에 정상적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가? 주택시장에 있어서 `원가’는 생산원가가 아니다. 원가 개념 자체가 필요 없다. 단지에 이웃한 주택가격이 곧 생산원가다. 우리 헌법은 왜 경제질서를 별도의 장으로 독립시켜 놓았을까? 시장 실패에 왜 국가의 개입을 인정했을까?왜 신용카드 시장을 규제했는가? 왜 부동산 중개료는 규제하는가? 왜 의사 숫자와 변호사 숫자는 규제하는가? 왜 대학설립을 규제하는가? 왜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하는가? 이런 자의적 평등 논리에 분노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내 몸뚱이를 안온하게 눕혀 쉬게 할 수 있는 공간,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과 관련된 기본권을 실현할 법적 공간, 이런 보장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자유민주 시장 복지국가의 전제조건 아닌가?
정부와 우리당의 일각에서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결사 반대해왔다. 그들은 택지매입비용을 공개하면 줄소송이 일어난다거나, 조망권, 일조권, 건설사 브랜드 가치가 평가되기 곤란하다는 등 철저하게 `건설사 측’논리를 들이댔다.
아파트 시장의 왜곡을 막는 방법은 전면 후분양제를 하거나, 아니면 선분양제 속에서 소비자와 공급자의 `정보균형’을 맞춰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투기심리를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잠재우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제한적 원가공개’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공영개발 전면 확대’,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전면공개’, `후분양제 실시’, `주택청 신설’, `공공주택 확대’, `보유세 현실화(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정책이 일관성 있게 실시되어야만 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독선과 오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 입장에서 볼 때 개헌과 내집마련 중 어느 것이 더 우선 순위일까? 집 없는 서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개헌을 하면 최소한의 생존조건이 보장되는가? 그래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지지율 10%로 죽을 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생정당’이 아니다. 모든책임과 원인을 전가하는 정당, 시장만능주의 정당, 구조주의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정당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개헌논의’를 거부하고 반값 아파트 대책, 분양원가 상한제 확대를 법안으로 제출하며, 홍보를 강화한다. 한나라당이야말로 국민의 `눈높이 정당’이다. `민생개혁정당’이다. 한나라당이야말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다. 그래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