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같은 독재자 모습 보여주고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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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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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턴, 야만적 지도자 메이슨 총리 연기…“봉 감독 내 안의 광대 기질 끌어내줘”
▲ 배우 틸다 스윈튼이 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야만적인 독재자일수록 웃기는 광대처럼, 미치광이처럼 보입니다. 나는 `설국열차’에서 그런 광대 같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국 출신 배우 틸다 스윈턴(53·사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자신이 보여준 `메이슨 총리’ 연기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며 “봉준호 감독이 내 안의 광대 기질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31일)을 앞두고 내한한 그는 30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설국열차’ 출연 소감과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등에 대해 얘기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같은 상업영화와 데릭 저먼, 벨라 타르 같은 작가주의 감독의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팔색조 연기를 선보인 그는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배우다. 최근 2년간 국내 개봉작 `아이 엠 러브’ `케빈에 대하여’ `문라이즈 킹덤’ 등 예술영화로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팬을 보유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는 어떤 영화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설국열차’에서 열차 안 계급의 질서를 유지하는 `메이슨 총리’ 역할을 맡아 들창코와 틀니, 노인 분장으로 완벽하게 변신,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나는 늘 마지막 영화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
 --완성본을 본 소감이 어떤가.
 ▲엊그저께 서울에 와서 봤다. 분명히 걸작(absolutely masterpiece)이다. 내가 원래 기대치가 엄청 높은데, `설국열차’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 딸이 같이 보고 나서 `언제 또 볼 수 있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설국열차’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을 끈 점은 어떤 부분인가.
 ▲봉준호 감독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달인들끼리는 서로 알아보지 않나. 부산영화제(2009년)에서 만났을 때 전화번호만 주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말했었고 2년 뒤 칸에서 다시 만났다. `설국열차’의 이야기는 기차의 알레고리와 분위기가 먼저 압도적이었다. 영화 자체가 `노아의 방주’ 같은 하나의 우화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 봉 감독이 왜 서점에서 원작을 처음 봤을 때 한 번에 다 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늘 은퇴 얘기를 하는데, `설국열차’와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온리 러버스 레프트 얼라이브(Only Lovers Left Alive)’까지 찍었다. 정말 은퇴할 건가.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마지막이라고 말해왔는데, 봉 감독이라면 다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짐 자무시와도 7년 동안 얘기해서 찍은 결과물이다. 두 사람이 배우로서 날 다시 살아나게(revive) 한 느낌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세계의 끝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멸망한다니까 내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평소엔 지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느낌이었는데, `메이슨 총리’ 연기는 야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스로를 어떤 배우로 생각하나.

 ▲메이슨은 지성이나 야성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광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 안에 광대 기질이 있다. 연기를 할 때나 평소 생활에서나 존재하는 부분인데, 이번에 봉 감독이 내 안에 있는 광대 기질을 끌어내줬다. 두 갈래로 나를 표현하라면 예술인 모델이면서 광대라고 말하고 싶다.

 

상업·예술 영화 넘나들며 팔색조 연기 선보인 배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 세계적으로 연기력 인정

완성본 분명히 걸작…원래 기대치 높은데 정말 기대 이상
봉 감독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출연
설국열차, 배우로서 날 다시 살아나게 한 느낌 줘

들창코 내가 제안…봉감독 2시간 만에 캐릭터 뚝딱 만들어
메이슨, 얼마나 미치광이인지 보여주는 게 재미있어

 --메이슨 연기를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 봉 감독이 제안할 때는 정신이 온건한 남자 역할이었는데, 내가 맡게 된 다음에도 대본에서 끝까지 남자라는 표현을 바꾸지 않았다. 봉 감독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집에 왔을 때 들창코 분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 역시 좋아했다. 생선 파이를 오븐에 넣어놓고 캐릭터에 대해 얘기했는데, 파이가 다 됐을 때 내 안에 메이슨이란 인물이 창조됐다. 2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다.

 --메이슨을 어떻게 해석했나.
 ▲지도자라고 하면 우리는 전통적으로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데, 난 그런 데 관심 없다. 늘 지도자를 볼 때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가면을 쓰고 있을까 궁금했다. 자기 스스로 만든 메달을 걸고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장황한 몸짓으로 거들먹거리는데, 야만적일수록 더 미치광이 같은 광대의 모습을 보여주더라.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나 스탠리 큐브릭의 `스트레인지러브’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나. 심지어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조시부시 대통령이나 카다피 같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들이 부드럽고 인간적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데, 나는 그들이 얼마나 미치광이인지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봉 감독의 전작 중에는 어떤 것을 좋아하나.
 ▲첫 작품(`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다 봤고 다 좋아한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집에 개가 네 마리 있고 가족들도 다 개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봉 감독을 초대했을 때 첫 영화를 보여달라고 강아지처럼 졸라댔는데, 봉 감독이 “강아지 도착증을 갖고 있는 당신들에게 못 보여주겠다”고 했다.(웃음)  --최근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화제가 됐는데.
 ▲이 공연은 1995년 내가 임신 중일 때 런던에서 처음 했고 다음해인 1996년 로마에서도 했다. 난 이 공연을 90세가 될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내가 임신했을 때 특히 그 공연을 하고 싶었던 건 두 인물이 내 안에 내재했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공연이 중요했던 건 내 명상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주로 죽음을 애도하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데릭 저먼 같은 내 곁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고 지난해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들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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