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으니 얼떨떨하고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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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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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선화, 드라마`신의 선물’서`꽃뱀’출신 제니 열연… 연기돌로 안방극장 눈도장

 `연기돌’이 안방극장에서 꽃을 피운 요즘, 또 한 명의 아이돌 연기자가 시청자들의 눈에 쏙 들어왔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24)다. 그는 극 중 사기 전과 5범의 `꽃뱀’ 출신으로 전직 형사 기동찬(조승우 분)이 운영하는 흥신소 직원 `제니’를 연기했다.
 드라마는 다소 `어려운 전개’란 평가를 받으며 아쉬운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한선화는 조승우, 이보영 등 주연 배우들 속에서도 개성 강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기 경험이라곤 지난해 KBS 2TV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뿐이고, 깨끗하고 밝은 이미지의 걸그룹 멤버가 소화하기에는 부담되는 꽃뱀 역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듯 싶었다.
 또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엉뚱한 답변과 `까르르’ 터지는 웃음 탓에 `백치미’와 `허당’ 이미지가 강해 꽃뱀 연기는 이미지 변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법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한선화는 평소처럼 환한 미소를 띠며 나타났다. 그는 솔직한 입담이 때론 `가벼워 보인다’고, 그저 잘 웃어서 `내숭 떤다’고 하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씩씩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밝았다.
 “제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은 걸 알아요. 그게 제 단점이어서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사람들이 칭찬을 해주니 얼떨떨하고 행복했어요.”
 꽃뱀 출신 역할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아이돌 가수여서라기보다 한선화여서 걱정됐다”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가 강한데 이 역할을 잘 소화하지 못하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선화는 역시 저것밖에 안 되네’란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여느 연기자들처럼 제니 역을 위해 오디션에 도전했다. 제니의 대사를 마치자 감독은 자유 연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불륜남’의 아이를 가진 뒤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야 했던 아픔이 있는 미나를 연기해 보였다. 그러고는 감독에게 “제 밝은 모습이 있는 시크릿 뮤직비디오도 한번 봐달라”고 당부했다. 캐스팅이 결정되고는 한 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감초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제니의 롤 모델은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예니콜’이었다.
 “`도둑들’의 예니콜이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사실 감독님은 `제니는 날티 나고 노출도 많아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자신이 없었죠. 그래서 제가 예니콜에서 소스를 얻어 감독님에게 섹시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1회 등장 때 경비실 앞에서 `말씀 좀 여쭐게요’란 말투도 예니콜을 따라 했죠”
 제니 역을 연구하며 입체감을 더하는 작업은 촬영 내내 계속됐다. 한 회씩 대본이 나올수록 캐릭터를 이해하는 재미가 있었다. 제니의 대사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한 줄 짜리 여도 `제니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고민했고, 주변 인물이 제니에게 말할때의 감정까지 고려해 연기했다.  그는 “제니가 기동찬 등 다른 인물 뒤에 배경으로 걸릴 때도 `제니 라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치마를 입고 다리가 훤히 보이게 앉아있거나, 고스톱을 치면서 낱장을 입에 문 모습도 과감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위해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제니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싼 티’ 나는 역에 머물지 않았다. 기동찬을 짝사랑해 물불 안 가리고 그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는 여자의 순정, 의리가 느껴졌다. 이 대목에서 한선화의 명장면이 만들어졌다.
 12회에서 제니는 의문의 남성들에게 폭행당하고서도 기동찬을 위해 정신병원에서 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역 없이 상대 배역에게 시원하게 맞고,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듯했다.
 “폭행당하는 장면에서 `이 장면 제대로 나와야 하니, 제대로 때려달라’고 했어요. 자해하는 장면에서도 제니가 기동찬을 향한 속마음을 표현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감정 몰입을 하고 저를 때렸죠. 하하.”
 촬영장에서 조승우, 이보영은 좋은 `연기 선생’이었다. 특히 조승우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다. 처음엔 기가 안 눌리려고 노력했다고 웃는다.
 그는 “조승우 선배님은 눈빛의 기가 세고 여유가 있었다”며 “자상하게 지적하기보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면 상대 배우와 스태프의 감정까지 리드하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내가 감정을 못 잡고 `슛’이 들어갈 때도 선배의 눈을 보는 순간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됐다. 눈물이 날 정도로 소름 돋았다”고 말했다.
 “이보영 선배는 유괴된 딸을 찾으려고 치열한 엄마 연기를 했잖아요. 2회에서 이보영 선배가 긴 독백을 하는데 대사 분량이 꽤 길어요. 카메라가 홀로 비추는 상황에서 흐름이 안 끊기고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을 했죠.”
 그러나 이 역할을 마무리 짓기까지 그간의 마음고생도 있었던 듯 보였다. 자신에겐 밝음과 그늘이 공존하지만 `직업병’처럼 자신도 모르게 밝은 표정을 분출하게 되는 것 같다며 눈이 그렁그렁하더니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람들에게 보여준 모습 말고 타고난 성격도 있는데 `한선화는 이렇다’는 대중의 잣대에 제가 점점 맞춰가는 것 같아요. 한동안 철없는 막내동생 이미지 탓에 제 배역이 한정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거든요” 그러면서도 또 다른 설렘과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가졌는데 매회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분량을 늘려줬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전해듣고 뿌듯했다”며 “`내가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하면 되는구나’란 걸 느꼈다. 그러나 아직 인정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역할을 잘 해내야 `제니 같은 역이니까 잘했던 거네’란 편견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빨리 서른 살이 돼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제니로 산 몇 개월은 무척 행복했단다.
 “새벽 내내 제니를 붙들고 빠져 있어서 외롭지 않았어요. 함께 연기한 대선배가저에게 `연기하는 게 행복 해보였다’고 말씀하시는 순간 눈물이 났죠. 제가 믿고 하는 게 답이었고 그 진심이 통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mimi@yna.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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