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오 연/(언론인)
일본 정부가 일제의 군대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 부인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것도 일본 정부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각의(내각회의)를 통해서다.
각의는 최근 “정부가 발견한 자료들 가운데서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을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각의 결정은 “광의(廣義)의 강제성은 있었어도 강제연행 등 협의(狹義)의 강제성은 없었다”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는 없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입장을 추인해준 것이다. 아무리 총리의 발언이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미국 하원의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거나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정부라면 역사적으로 입증된 위안부 강제동원의 진실을 `증거 타령’을 늘어놓으며 이처럼 호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으로 일제 피해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까지도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언행이랄 수밖에 없다.
위안부 강제동원의 명명백백한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증자료도 무수하다. 가장 최근의 자료로는 부산외국어대 김문길 교수가 공개한 1937년 12월 21일의 `황군장병 위안부녀 도래에 관한 의뢰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있다. 이 공문은 일제의 위안부 동원에 군과 경찰은 물론 영사관까지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해가며 깊숙이 개입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달 28일 1919년 3·1 독립운동 당시 일본군 헌병들이 죄없는 제암리 주민 23명을 집단 학살한 만행을 조선군사령부가 철저히 조작, 은폐했음을 입증하는 당시 사령관의 일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발견했다는 자료들에서 위안부 강제동원도 얼마든지 조작하고 은폐했을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오죽했으면 1993년 관방장관 재임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까지 나섰을까. 그는 자신이 발표한 `고노 담화’에 대해 “신념을 갖고 발표했던 것”이라며 수정의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오가와 도시오 일본 민주당 참의원 간사장도 “정부가 이미 정확히 조사해 일본군의 관여가 명백하다고 보고 사죄했는데 왜 수정하느냐”고 거들었다. 그는 “(강제성에는) 광의도 협의도 없다.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싶은데 입장상 면전에서 부정할 수 없어 그런 말을 만들어 냈지만 그것은 억지다.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은) 매춘을 강요당했다. 이는 당시 그들이 일본군에 의해 성폭행당했음을 의미한다”며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로부터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외 반응이 이런데도 일본은 언제까지 `증거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동원의 부인은 역효과만 내고 있음을 왜 모르나. 아베 총리 발언후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미국 하원 결의안의 공동제안자가 당초 6명에서 42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일제 말기 한국인을 가해자, 일본인을 피해자로 묘사해 역사왜곡 논란을 야기한 `요코이야기’를 학교에서 더 이상 교재로 쓸 수 없도록 결정했다. 미 지방교육 당국으로서는 처음이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동원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부인하면 할수록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답게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함께 보상하는 것만이 일본의 위상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협의’니 `증거는 없다’는 말 장난을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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