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 대구·경북 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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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대구·경북 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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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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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한우단지 농가 “다 죽으란 말인가” 비통
대구 섬유단지 기업 “수출길 활짝 열렸다” 환영
 
 
 한미FTA 협상 타결로 농업, 자동차, 섬유 등 3대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농업에서는 손해가 예상되고 자동차, 섬유에서는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북도내 축산농가와 섬유산업계에서도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 제 1의 한우단지인 경주지역 축산전업농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등으로 인해 “소 사육도 이젠 끝장났다”며 체념의 한숨 소리가 끝이지 않고 있다. 반면 대구 섬유업계는 “관세 폐지로 수출 확대의 새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美 쇠고기대비 경쟁력 갖춘 농가 10% 뿐
벌써부터 소값 하락…축산농민 `한숨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미국 쇠고기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고 쇠고기 검역문제는 구두 약속하는 선에서 결론이 나자 전국 제1의 한우단지 경주지역 축산 전업농가들은 말문을 닫은채 체념에 빠졌다.
 협상시한이 연장되면서 실같은 한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 미국산 쇠고기 시장이 활짝 열리는 협상 결과가 나타나자 대를 이어 한우 사육을 전업으로 살아온 축산 독농가들은 “소 사육도 끝장났다”면서 비통해 했다.
 축산농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뼈채로 쏟아져 들어오면 한우는 발붙일 곳을 잃게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해 축사를 걸어 잠글 수밖에 없게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타결에서 한미는 쇠고기 검역문제와 관련, 국제무역사무국(OIE)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평가등급이 나온 뒤 그 결과에 따라 우리측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을 구두 약속하는 선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졌지만 결국 빠른 시일 내에 미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팽배해 있다.
 외동읍에서 한우 28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는 한우 독농가 정병우(61)씨는 “FTA 논의 대상도 아닌 미국산 쇠고기 검역문제가 협상에서 거론된 것 자체도 잘못이지만 검역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대타협에 들어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농가가 전체의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관세를 연차적으로 철폐한다는 것은 겨우 몇 년간 농가의 생명력을 연장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정씨는 또 “경영능력이 없는 대다수 한우 농가들의 고통받는 시간만 더 길어질 뿐”이라며 “정부가 농가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 뒤 협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번 경우는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미 FTA타결 이전부터 가격 하락을 우려한 일부 축산 농가에서 소를 내다 팔면서 벌써부터 소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농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외동읍에서 한우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남호진(47)씨는 “FTA타결 한달 전부터 송아지 가격이 40만 원 정도 떨어졌는데 앞으로 소값 폭락사태가 이어지는 반면 사료가격은 자꾸 올라 결국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지않느냐”고 가슴을 태웠다.
 축산단지 경주는 외동·안강·건천읍지역을 중심으로 6000여 농가에서 5만 200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데 이번 FTA타결로 직격탄을 맞게돼 아우성이다.
 한우 독농가들은 한우를 브랜드화해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도 우리 소의 생산이력제가 정착되지 않은 데다 원산지 표시제도 실제로 효과가 없어 미국산이 한우로 둔갑돼 팔리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특히 전국 한우 농가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소를 사장에 앞다퉈 출하할 것이 예고돼 2009년 발효되기전 대다수 농가가 축사를 비우게되는 사태가 닥칠 것”이라며 한우 가격 보장 등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한우협회 경주시지부장(54)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관련“축산당국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상황에서 농가가 무슨 수로 견딜수가 있겠느냐”며 항변을 쏟아냈다.그는  “한우 농가의 피해뿐만 아니라 쇠고기 가격이 떨어지면 돼지고기 소비층이 쇠고기로 옮기게 돼 돼지고기도 타격을 받게돼 결국 축산업이 거들 나게될 것”이라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축산 장려대책을 촉구했다.
 이같은 FTA타결에 대비,`경주천년한우’브랜드로 명품 한우를 집중 육성해온 경주시는 앞으로 한우 차별화로 우리 입맛에 맛는 쇠고기를 생산,판로를 개척해 경주축산왕국을 지켜나가기위한 비상대책에 돌입했다.
 
 
 
수출관세 폐지 美시장 진출 새로운 돌파구 마련
얀포워드 배제…원사업체 `찬성’ 제직업체 `반대’

 
 반면 대구 섬유업계는 “수출확대로 새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환영물결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섬유 주 생산지인 대구 섬유업계는 대미 수출관세의 단계적 철폐에 따른 수출확대 기대감으로 크게 환영했다.
 업계는 지난 2005년 섬유쿼터제가 폐지되면서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입지가 축소된 상황에서 이번 FTA 결과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김한기 부장은  “관세가 낮아지면 수출이 확대되고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대구지역 업계가 주력 제품을 저가가 아닌 중·고가 의류·원단으로 전환한다면 미국뿐 아니라 대 아시아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류장래 박사는 “그동안 지역 업체들은 8~15%대인 대미 수출관세가 폐지돼 새로운 환경에서 미국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해 왔다”면서 “이번 FTA 협상 결과는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 섬유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 박사는 또 “섬유쿼터제가 없어지면서 원가경쟁력이 있는 중국제품에 밀려 섬유 수출이 20% 가까이 축소됐으나 대미 수출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섬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살아나 중국제품과의 시장경쟁도 다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유난영 팀장은 “이번 협상결과의 주 수혜그룹은 원사나 원단 쪽 보다는 남·여 의류, 기능성 스포츠 의류 분야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제품의 미국 수출이 늘면 해당 제조업체들이 고유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그 결과 해외수출이 활발해지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섬유업체들도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14개월여 간 끌어온 FTA 타결을 반겼다.
 그러나 한·미간 쟁점이 됐던 원사기준 원산지 판단(얀포워드) 규정 적용 배제 부분에 대해선 원사업체와 제직업체들 사이에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화섬원사 제조업체인 코오롱 측은 “제직이나 봉제 쪽에서는 원자재 비용 문제로 얀포워드 방식을 반대하는 모양이지만 화섬원사가 주력 품목인 우리 쪽에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이 방식을 오히려 찬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역 한 제직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원사가 국산에 비해 싸기 때문에 원사기준 원산지 판단 여부가 지역 제직업체로서는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계에선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대구 섬유가 전환점을 맞게 된 만큼 범용품 저가경쟁에서 벗어나 근본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관세가 철폐되면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통해 확보된 이익을 기술향상 등 비가격 분야에 투자해 국내 섬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경주·대구/윤용찬·김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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