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조리함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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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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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영화화한`제보자’의 임순례 감독 만나다

▲ 2005년 우리 사회를 뒤흔든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제보자'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 연합
 영화 `제보자’는 박해일이며 이경영이며 유연석 같은 화려한 배우들보다도 연출자인 임순례<사진> 감독에게 미주알고주알 묻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작품이다.
 영화 소재가 된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에 잠깐의 영광치고는 너무 깊은 상처를 남겼다.
 임 감독 자신의 말처럼 “길다면 길겠지만, 또 짧다면 짧은 시간”일 10년 만에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황우석 사태를 상업영화로 만든 그의 속내가 듣고 싶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가 훤히 내다보이는 한 카페 옥탑에서 마주앉은 임 감독은 황우석 사태에 대해 “한국 사회의 매우 부조리한 점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돼 부담스러웠죠. 그렇지만 지난 이삼십 년 사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10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잖아요. 거짓이 한국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거짓이 더 당당할 때도 있죠.”
 임 감독은 이런 점들 때문에 황우석 사태를 조명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물론 당시 큰 희생을 한 제보자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진실을 밝히려 하는 언론인에 대한 헌사의 측면도 컸다는 설명이다.
 임 감독이 처음 연출 제의를 받은 것은 2012년 11월이었다. 당시 시나리오가 “날짜별로 압축해 놓은” 수준이라 사실상 새롭게 쓰는데 7~8개월이 걸렸다. 지난 겨울 내내 촬영이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는 박해일이 분한 윤민철 PD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이경영 분) 박사의 연구 결과가 조작됐다는 제보를 받고 진실을 좇는 내용으로 실화의 뼈대는 살리되 속도감과 흡입력을 더했다.
 임 감독은 “쉬운 소재도 아니고, 무거울 여지가 많은 영화라서 고민이 정말 컸다”면서 “호흡을 빨리하고 과하게 진지하지 않으려고 많이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입부에 밑밥을 깔지 않고 바로 사건에 돌입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촬영화면이 잘려나갔고 “윤민철이 PD로서 느끼는 고뇌 같은 것에 거의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 섞인 임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는 윤민철 PD나 제보자인 심민호(유연석) 팀장의 작위적인 영웅담으로 가는 길은 다행히 피했다.
 “제가 사람을 보는 시각이기도 하고 연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상업적인 감각이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전 어떤 인물을 그릴 때 이런 면도, 저런 면도 있다는 식이에요. 상업영화 관객은 감독이 입맛에 맞게 요리해서 던져주기를 바랄 텐데 저는 그런 게 스타일에도 안 맞고 서툴러요. 관객이 각자 생각해보길 바라거든요.” 그 이야기 연장 선상에서 극중 이장환 박사가 “너무 멀리 왔다”고 탄식하는 장면을 굳이 넣은 이유를 물었다.
 “이경영 씨가 그 장면을 특별히 좋아하고 신경 쓰긴 했어요. 이장환 박사 한 사람만을 비난하거나 단죄하려는 영화가 아니에요. 이경영 씨가 ’우리도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그 길로 가는 경우가 있지 않으냐`고 말한 데 공감했어요. 어쨌든 이장환 박사도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니었을 텐데 그에게도 인간적인 진술을 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마지막 장면이 통속적이라는 지적에 임 감독은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PD추적’이 결국 방송된다고 해도 한국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니 관객들이 찜찜한 구석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또다시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인의 초심을 보여주면 관객이 편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제보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심민호가 내부에서 전하는 제보자이지만 윤민철 또한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진실을 제보하는 제보자”라고 말하는 임 감독 또한 그 길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았다. “국익이 진실에 우선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에 국익 우선주의로 대한다면 당장에는 이득을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나 원칙적으로는 손해가 돼요. 그리고 거짓에 기반한 것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진실이라는 것은 당장에 이득이 되기보다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관이나 체계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봐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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