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고 진솔한 그들의 청춘 일기장을 엿보다
  • 이경관기자
명랑하고 진솔한 그들의 청춘 일기장을 엿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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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한 학생들이 모여 읽고 쓰고 나눈 것의 결과물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청춘(靑春)이라. 청춘의 마디를 보내고 있어도 정작 나는 청춘을 모른다. 푸른 봄과 같다고 해서 청춘. 어른들은 청춘, 청춘 앵무새처럼 잘도 외치는데 나는 청춘이라서 입 한 번 못 뗐다. 청춘이라 아프고 청춘이라 괜찮고. 어른들은 청춘에게 청춘을 말했다. 청춘인 나는 왜 아파야 하는지, 언제까지 아파야 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데.”(46쪽)
 어릴 적 언니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적이 있었다. 일기장 속 오롯이 담겨진 언니의 고민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 같았다. 그 세계 속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함께 풋풋한 사랑앓이도 적혀있었다. 나는 그 고민이 가여워 미처 한 장을 다 읽지 못하고 덮곤했다.
 여기 우리 모두의 청춘, 그 시절의 일기장이 있다.
 ‘책 읽는 청춘’이 지은 ‘랄랄라 책’. 이 책은 책을 사랑한 학생들이 모여 읽고 쓰고 나눈 것의 결과물이다.
 ‘스펙의 노예’라 불리는 이 시대 대학생들이 학점도, 그렇다고 토익, 토플, 논술도 아닌 오로지 책을 위해 뭉쳤다. 13명의 저자들은 동아대학교에서 인문, 사회, 법,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다. 60여편에 담긴 그들의 글은 각자의 독특한 색으로 발현된다. ‘랄랄라’하며 노래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밝고 명랑하며 또 그만큼 진지하고 진솔하다.
 “며칠 후면 꽃다발을 들고, 학사모를 머리에 이고, 졸업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 사진에 실릴 모습이 부모님의 기대와 내 주변의 기대에 짓눌려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인화한 사진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며 조금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밝은 모습이었으면.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기를. 그것을 위해 남은 시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씨름하기를 고대한다.”(135쪽)
 김무엽(27)씨는 안치용, 최유정 공저의 ‘청춘을 반납한다’라는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글은 졸업과 취업, 그리고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 시대 모든 청춘들의 이야기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열심히 자신의 청춘을 달리고 있다.
 “나는 선배를 관찰하며 참 많이 앓았다. 그에게 느끼는 이 눈부심은 어떤 감정일까 싶어 내가 아는 모든 단어를 나열해놓고 일일이 대조해보기도 했다. 사랑은 아니었고, 애달음이나 존경도 아니었다. 선배는 꼭 ‘스무 살’처럼 낯설고 영롱했다.”(72쪽)
 청춘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달콤 쌉쌀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이 시대의 20대들이 가장 진솔한 언어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건너온 인생의 선배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공감을, 이제 곧 그 시간을 맞이할 인생의 후배에게는 설렘과 기대를 선사한다.
 “386세대와 88만원세대. 그들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이다. 가난했지만 낭만이 있던 시대와 풍족하지만 청춘이 없는 시대. 서로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온 두 세대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 가난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와 청춘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언제나 충돌한다. 가장 가까운 세대이면서 가장 서로를 보듬지 못한다. 1963년에 태어나 격동의 한국을 살아오신 386 세대의 어머니와 어린 시절을 IMF로 보낸 88만원 세대의 대학생 딸. 이건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185쪽)
 임하늘(24)씨는 우석훈·박권일 공저의 ‘88만원 세대’를 읽고 엄마에 관한 글을 썼다. 그녀는 이 글에서 386세대로 일컬어지는 엄마와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자신의 삶을 읊조린다. 국어교사의 꿈을 포기하고 공장의 경리를 해야 했던 엄마의 삶과 영화를 사랑해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만 높은 취업의 장벽에 힘든 20대 딸의 삶.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로 전이돼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책이 출간된 지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고운 책 들고 ‘랄랄라’하고 외치던 청춘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연극 연출가가 됐고, 누군가는 다큐멘터리 작가가 돼 소소하게 숨은 삶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꿈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한 호흡 고르고 재정비하고 있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로 한창 바쁜 나날은 보내고 있는 임하늘씨는 “꿈을 향해 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 몰라도 나의 꿈을 지지하는 부모님과 또 책읽는청춘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이 책이 하나의 이정표 또는 일기장과 같기를 꿈꾼다”고 전했다.
 터벅터벅,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 시대 모든 청춘들. 그들의 앞길에 따스한 빛이 비추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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