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조선 왕조 개국공신 鄭道傳의 ‘三峯集’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궁원(宮苑)의 제도가 사치하면, 반드시 백성을 수고스럽게 하여 재물을 상하는 데 이르고, 누추하면 조정에 존엄을 보일 것이 없으니, 검소하되 누추한 데 이르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한 데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아름다움이 된다. 그러나 검소는 덕의 공급이요 사치는 큰 악이니 그 사치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신라 천년 왕궁인 월성복원 고유제를 지낸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석빙고 앞 5만7000㎡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 건물터 3동과 담의 흔적이 여럿 확인됐다는 보도다. 통일신라 후기의 기와조각, 그릇조각도 다량 출토됐다고 한다. 깊이 40㎝ 정도 파 들어갔을 뿐인데도 나타난 결과다. 지금까지 시굴을 끝낸 구덩이 8곳에서 나온 결과다. 지금은 시굴단계일 뿐인데도 천년왕궁의 속살이 땅속 40㎝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12구덩이를 더 시굴한 뒤 정밀발굴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유물유적들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
신라 천년왕궁인 월성 발굴 이야기를 하다말고 생뚱맞은 소리를 하고 싶어진다. 지난달 29일 포항세명기독병원 신관 증축공사장에서 돌발한 비계 붕괴 사고다. 높이 40m, 길이 40m가량 되는 비계가 느닷없이 무너진 원인을 둘러싸고 책임 떠넘기는 입씨름이 한창이라고 한다. 땅속 40㎝와 고공 40m의 차이가 이런 것인가 싶다. 천년 버틸 건물은 언감생심이다. 다만 100년 건물이라도 짓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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