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음미하고 사유하면 깨달음과 만족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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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음미하고 사유하면 깨달음과 만족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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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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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눈으로 들여다 본 다양한 삶의 결·감정 화두로

 

삶의 기술 사전
안드레아스 브레너·외르크 치르파스 지음·김희상 역자
문학동네 l 568쪽 l 1만7500원

 철학이 사라진 가벼움과 불안의 시대. 물질적 풍요 뒤로 정신적 빈곤의 그림자가 짙다.
 철학자이자 윤리학자 안드레아스 브레너와 외르크 치르파스가 함께 쓴 ‘삶의 기술 사전’은 철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삶을 음미하고 사유케 한다. 브레너 교수는 스위스 바젤대에서, 치르파스 교수는 독일 쾰른대에서 강의한다.
 저자들은 60개에 이르는 삶의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화두로 내건다. 그리고 그 정체와 숨은 면모를 철학의 눈으로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사유로써 일상과 감정을 주시하노라면 불안과 고통은 사그라들고 깨달음과 만족감은 커간다.
 예컨대 ‘축제, 인생이라는 시간의 이정표’를 한번 들춰보자. 인간은 축제를 통해 자유를 만끽한다고 말한다. 초월자와 소통하며 우주와 하나가 되는 천상의 경험을 즐기기에 축제를 벌이는 동안 신에게 가까이 간다는 것이다.
 축제가 이뤄지려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던질 줄 알아야 한다. 일상의 권위나 품위 같은 것은 까맣게 잊고 순간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 무아경의 축제에서 너와나는 우리로 하나가 되며 참여자들은 모두가 어깨동무하며 저절로 어우러진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축제는 일종의 용광로다.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손에 손을 잡고서 하나로 연결되는 결속과 단합의 마당. 아폴론의 엄숙함이 디오니소스의 황홀한 열정과 만나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내면과도 접속하게 된다는 것. 축제의 가치이자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엔 ‘고독은 반사회적인가’편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우리 안에 있는 함께하고자 하는 갈망을 버리고 고독으로써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만나라”고 권한다. 이는 몽테뉴의 충고이기도 하다. 물론 고독과 외로움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홀로 있다는 게 진정 훌륭하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하느님이라는 것. 신보다 더 고독한 존재는 우주에 없다. 진정으로 고독한 자만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의식하고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참된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설파한다. 불교로 치면 해탈의 경지라고 하겠다.
 고독한 사람은 더이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신과 세상과 자아가 소통하며 마침내 그 장막이 걷히는 황홀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삶의 풍요를 진정으로 맛본다. 그리고 고독한 사람은 선량하며 온화한 기품과 공감의 능력을 갖추어 인품이 너그럽다는 것.
 인터넷 시대에 던지는 경계와 조언도 참고해볼 만하다. 저자들은 ‘감각은 악마의 간계일까’편에서 지하철 풍경을 묘사한다.
 시대상이 가벼움을 넘어 천박해지기까지한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는 요즘이다. 번역자 김희상씨가 말미에 붙인 ‘철학 없는 사회’는 우리 자화상의 일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악다구니로 내몰리기만 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라곤 찾을 길이 없다. 재미가 없으면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시대다. 텔레비전 채널은 1초가 길다 하고 돌아간다.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찾는 요구에 막말과 막장이 넘쳐난다. (중략) 의미 있게 살아내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네 인생은 한 편의 ‘서글픈 코미디’에 불과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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