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난 월요일치 신문을 읽다가 ‘거랑장’이란 낱말을 난생 처음 접했다. 이달 19일 청송군이 닷새장인 청송장을 용전천 냇가로 옮겨 ‘청송거랑장’으로 열었다는 거다. 문맥상 거랑장은 언제나 일정한 장소에 서던 시장을 물가로 일시 옮겨 여는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정해진 장터를 두고 개천가로 일시 옮겨 개장하는 것은 비를 기원하는 민속이라고 한다. 행여 ‘양식(농사지을 물)을 구걸한다’는 뜻에서 본디 ‘걸량장(乞糧場)’이었던 말이 변한 것일까. 버릇대로 사전부터 펼쳤지만 국어사전은 물론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말이었다.
거랑장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에다 기우제를 접목한 민속이다. 사시(徙市 ), 천시(遷市), 이시(移市) 따위의 한자어도 같은 말이다. 시장을 이사시키고 옮긴다는 뜻이다. ‘강변장 내보내기’라고도 한다. 시장을 강변으로 잠시 내보낸다는 말로 풀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강우(降雨)를 하늘이 관장한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은 호되게 가물거나 장마가 길어지면 하늘을 대상으로 기우제나 기청제를 올렸다. 거랑장은 경북내륙 지방에서 예부터 행해져온 독특한 기우제 방식의 하나인 거다.
청송발 거랑장 염원이 용왕님께 닿은 걸까. 장이 선 다음날 소낙비가 한 줄기 퍼붓더니 어제 오후부턴 마침내 장맛비가 시작됐다. 다른 때 같으면 달갑잖을 장마이련마는 ‘칠년대한 가뭄 끝의 빗발’ 만큼이나 반갑다. 저수지 바닥이 갈라지고 농작물이 말라비틀어지는 광경을 지난봄 한철 내내 지켜보아야만 했던 우리네 이웃님들, 너나없이 그동안 ‘모진 가뭄 견디느라 참으로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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